농업법인회사 에이라이프 강상진 대표(사진)는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젊은 벤처 사업가다. 대학과 외국유학에서도 농업 분야를 전공하고, 관련회사를 다니며 사업아이템을 연구해왔다. 농민들을 직접 컨설팅을 하면서 농업 현장이 왜 어려운지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농업은 내 숙명
강 대표의 집안은 오랫동안 건축자재 거래를 해왔다. 강대표는 처음부터 건축자재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농업분야였다. 결국 대학에서는 농업경제를 전공하게 됐고, 유학길에 올라서도 농업과학생명분야(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를 파고들었던 것이다.
“대학에서도 농업은 여전히 소외 받는 학문이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시장성은 있어 보였죠. 농업분야에 기술을 접목한 ‘애그리테크’로 승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잠시 농업분야가 아닌 분야의 사업을 하기도 했다. 2년 정도 꽤 잘나가는 식당을 운영했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근처에 이름만 대도 다 알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던 레스토랑이었다. 직원 20여명을 거느릴 정도로 규모가 있었다. 장사도 잘 됐지만, 문제가 있었다. 외식업을 하다 보니 계속 반복되는 일상에 식당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새로운 일이 간절한 강 대표가 계속 머무를 곳은 아니었다. 정리하고 다시 농업분야로 돌아왔다.
강 대표는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학교선배님이 운영하시는 계란회사에 취직했다. 계란회사라고 해도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계란배달 서비스만 15년을 한 회사였다. 연 1400억원에 이르는 프리미엄계란 시장 현황을 생산에서 유통까지 한눈에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계란이라는 단순한 아이템을 훌륭하게 포장하고 마케팅 하는 방법을 배웠다.
▲유통채널이 아니라 직거래 플랫폼이 답입니다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했다. 잠시 동안 미국에서 콩을 사와 국내 도매시장에 유통하는 일도 했지만, 이 일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강 대표가 꿈꾸는 자신만의 농가 직거래 플랫폼 개발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농사는 지었는데 판매시장도 마진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유통의 판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제일 먼저 농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이에 따른 회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죠.”
강 대표는 이런 생각으로 2017년부터 애그리테크를 기반으로 한 농업법인을 만들어 농가를 돕고 있다. ㈜에이라이프는 농업(Agriculture), 선진(Advanced), Aid(협력)을 의미하는 A와 가장 건강하고 신선하며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는 의미의 A를 모두 담고 있다.
농가의 현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심각했다.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대형 할인마트와 농산물 관련 온라인 유통채널을 연결시키고 판매를 진행해봤지만 충분한 매출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제품의 패키지, 포장, 브랜딩 등 상품 판매의 근본적인 접근이 해결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많은 농가들을 컨설팅 하면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유통채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생산자, 유통사, 소비자 그 누굴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농가들도 쉽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통마진을 최소화 시켜야 농가소득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이러한 강 대표의 첫 번째 작품은 ‘베베도라’였다. 휴식을 겸한 베트남 여행에서 만난 사업가와 합작해서 만들었다. 그 사업가는 국내에서 도라지청 사업을 크게 하고 있었던 산골농장의 대표였다. 베베도라는 꾸준한 소비층을 중심으로 연 2억원의 매출을 찍었다.
이후 강 대표는 명인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프리미엄 수제 장류인 ‘명담’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명담은 aT 농업센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를 기존 제품의 리브랜딩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강 대표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너란나란’이라는 스마트 계란 트레이 개발 사업이다. 냉장고에 센서가 부착된 계란 트레이로 계란이 소진되면 자동으로 알려줘 배달을 요청하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소벤처기업부와 농촌진흥청에서 혁신사업으로 인정받아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개발 중인 사업이다. 궁극적으로는 계란만이 아니라 농산물 전체적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트레이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수기경 재배가 가능한 스마트 팜 베지 개발도 진행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딸기 재배에 상용화를 목표를 하고 있다.
단순 농산물 유통의 컨설팅을 넘어, 농산물 재배방식의 혁신을 꿈꾸고 있는 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가 소득의 증대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일이다.
“농가의 매출과 소득을 증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거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쟁력 있는 수입농산물이 들어오면 살아남을 방법이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여요. 결국,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와 저희 에이라이프가 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