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법원도 조국만큼이나 뻔뻔하다”며 날선 비난을 내놨다.
김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단군이래 최악의 위선자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 하고, 국기를 흔든 국정농단범에게 도주우려가 없다 한다”면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검찰은 즉시 영장을 재청구하라. 발부될 때까지 하고 또 해야 한다”면서 “슬그머니 불구속기소 해버리면 검찰은 그걸로 끝”이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과 같은 당인 신보라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공정 불의의 문정권 시대에 법치가 설 곳이 없다”고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을 비판했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기각 사유를 대략 살펴보면, 범죄는 소명되나 결국 부부를 모두 구속하긴 힘들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라면서 “아들딸은 엄마아빠 찬스, 아빠는 부인 찬스가 살렸다”고 비꼬았다.
한편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6일과 18일 총 두 차례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한 뒤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낮고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권 부장판사는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되며,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은 또 다른 변수다. 조 전 장관의 혐의가 검찰수사 단계에서 입증됐다는 뜻으로, 재판에 넘겨져 직권남용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과잉수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영장이 기각돼 검찰이 구속수사를 다시 한번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운 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정권 인사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가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역시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고,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통해 비리 중 상당 부분을 확인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찰을 중단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감찰업무 총책임자인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유 전 부시장 감찰이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중단됐다고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검찰은 감찰을 중단해달라는 ‘친문(親文)’ 인사들의 요청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정황도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들의 청탁이 들어오자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감찰을 중단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원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천경득 청와대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 측이 영장심사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영장 기각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과 이에 대한 친문 인사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시인하되, 직권남용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 직무 범위 내의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4차에 걸쳐 감찰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감찰이 이어졌기 때문에 ‘감찰 중단’이라는 프레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도 영장심사가 끝난 뒤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판부에 충실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가 금융위에서 수리되고 영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권력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당시 파악 가능했던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가 경미했으며, 회의에서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의견을 들은 뒤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박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에서 법원이 조 전 장관 손을 들어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 추진은 탄력을 받게 됐다. 조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공수처 설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조 전 장관 지지자들 역시 ‘공수처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압박하며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윗선과 친문 인사를 겨냥한 수사 방향 역시 주춤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가족 비리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