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조사·연구를 명분으로 중동 해역에 260명 규모의 해상자위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비상사태 시 파견부대의 무력행사도 가능해 위헌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27일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한 각의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다카나미호) 1척과 P3C초계기 1대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호위함은 내년 2월 초 출항할 예정이며 P3C초계기는 동부 아프리카 지부티를 거점으로 해적 대처 임무를 수행하는 2대 중 1대를 내년 1월부터 새 임무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미 아덴만 주변에 호위함 1척과 초계기 2대를 투입한 상태다.
새로 파견되는 부대는 1년 단위로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 각의에서 임무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활동범위는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해협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포함한 공해로 정해졌다. 이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이란 인접 호르무즈해협과 걸프 해역은 임무활동 지역에 넣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방문해 해상자위대 파견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부대는 일단 방위성 설치법의 ‘조사·연구’ 임무에 근거해 해당 해역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일본 관련 선박이 공격받는 비상사태에 직면할 경우 파견부대가 자위대법의 ‘해상경비행동’에 근거해 방호 등 필요한 대처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해상경비행동 명령이 발령되면 괴선박 등을 발견할 경우 헌법에서 금지하는 ‘무력행사’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경고사격 등 일정 범위의 무기 사용이 인정된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가 무력충돌에 개입하는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분쟁해결 수단으로서 무력행사를 하는 셈이 돼 헌법 위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해상자위대 함정을 인도양에 파견했을 때 일시적으로 조사·연구를 근거로 했지만 곧바로 한시적 특별조치법에 따른 활동으로 전환했다”며 무기 사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번 파견의 법적 근거를 조사·연구로 내세운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자 주변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한다며 ‘호르무즈 호위연합’이라는 군사동맹체 결성을 추진해 우방국의 참여를 독려했다. 6월 자국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공격을 받은 일본은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활동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