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서 근무하는 27살 청년 원종건 씨를 내년 4·15 총선을 대비한 두 번째 영입 인재로 선택했다. 원 씨는 지난 2005년 (당시 13세) MBC 방송프로그램 느낌표 ‘눈을 떠요’에 각막기증으로 받게 된 어머니와 함께 소개돼 유명세를 탔던 인물로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해 기업에서 공익 프로젝트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두 번째 영입 인재인 원 씨를 발표하고 영입식을 가졌다. 민주당에 따르면, 원 씨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인 모친과 함께 기초 생활 수급 보장자로 생활했다. 심장 이상을 안고 태어난 여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스웨덴으로 입양됐고 부친은 이듬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원 씨는 지금껏 50차례 이상 헌혈하고 어머니인 박진숙 씨와 함께 사후 장기 기증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봉사 활동 경력으로 2015년에는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서울시 청년상과 정부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이후 원 씨는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 입사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또 장애인 인권과 처우개선 및 소외계층 지원 강화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고 있다.
원 씨는 이날 기자 회견을 갖고 “저는 특별히 가진 것도 없고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대한민국의 여느 국민 중 한 사람인 원종건”이라며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저와 제 어머니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아 빚을 졌고 이를 축복처럼 여기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께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밥은 먹을 수 있니?’라며 걱정하셨다. 굶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굶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른다”며 “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분들은 아직도 굶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사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어머니께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는 ‘종건아! 넌 엄마가 널 키운 줄 알지? 세상이 널 키웠어. 이제 니가 세상에 효도해라’라고 말하셨다”며 “지금까지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우리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정치를 해보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민의 입장이 되어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면 우리 정치는 많이 바뀔 것”이라며 “양지보다는 그늘, 편한 사람보다는 힘든 사람들, 여유 있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 한참 앞서 가는 사람들보다는 뒤처진 사람들을 보다 따뜻하게 보듬는 일,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 씨는 20대 정치 신인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젊으니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하다가 안 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넘어지면 아프겠지만 일어서 또 도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수많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꿈 앞에 주저하며 망설이고 있다”며 “가난 때문에, 학벌 때문에, 차별 때문에 꿈 꿀 권리마저 포기당하고 있다. 이 땅의 청년들이 ‘때문에’라는 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정치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특별히 가진 것 없고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대한민국의 여느 국민 중 한 사람인 원종건입니다. 저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물일곱 살 평범한 청년입니다. 집도 없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엊그제까지 그저 내일의 희망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젊은이입니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저와 제 어머니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아 빚을 졌고 그걸 축복처럼 여기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제 아버지는 아주 어릴 적 돌아가셨습니다. 가난은 숙명이었습니다. 제 동생은 심장병을 앓았고 스웨덴으로 입양됐습니다. 어머니는 청각장애에 시각장애까지 겹친 중복장애인입니다. 그런데 사회의 도움으로 각막 기증을 받고 수술 도움도 받아서 기적처럼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사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어머니도 없었을 겁니다. 동생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늘 어려웠지만 그래도 저와 어머니는 우리사회의 큰 사랑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희 가족에게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와 어머니는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나름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한 가난한 여성이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됐습니다. 어머니께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밥은 먹을 수 있니?”라며 걱정하셨습니다. 굶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굶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분들은 아직도 굶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사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머니께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더니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종건아! 넌 엄마가 널 키운 줄 알지? 세상이 널 키웠어. 이제 니가 세상에 효도해라.” 저는 지금까지 우리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우리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정치를 해보려 합니다. 큰 담론을 내세우거나 꼭 무엇을 해내겠다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습니다.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이웃들에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주민자치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김치를 나눠줍니다. 그런데 매년 한 가지 ‘배추김치’만 줍니다. 배부른 투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을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배추김치만 고집하지는 않을 겁니다. 갓김치, 파김치, 물김치, 어떤 김치를 좋아하는지? 김치를 보관할 곳은 충분한지? 한 번 물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돈이 특별히 더 드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주기 전에 받는 사람에게 한 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정치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입장이 되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면 우리 정치는 많이 바뀔 겁니다. 양지보다는 그늘, 편한 사람보다는 힘든 사람들, 여유 있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 한참 앞서가는 사람들보다는 뒤처진 사람들을 보다 따뜻하게 보듬는 일,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현실을 모르는 너무 이상적인 꿈인가요? 이런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젊은 애가 할 수 있겠어?”라고 말씀하실지 모릅니다. 네, 저는 젊으니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다가 안 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 아프겠지만 일어서 또 도전하면 됩니다. 도전이 젊음의 특권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젊다는 것이 정치를 시작하는데 장애물이 되어 선 안 됩니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정치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정치는 청년들 생각을 들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왜 아픈지, 왜 분노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땅의 청년은 이미 소외계층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수많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꿈 앞에 주저하며 망설이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학벌 때문에, 차별 때문에 꿈 꿀 권리마저 포기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땅의 청년들이 ‘때문에’라는 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정치를 꿈꿉니다. 정치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정치 덕분에 학벌을 이겨냈다. 정치 덕분에 차별 없는 세상이 가까워졌다. 아이들과 청년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감히 이 땅의 청년을 대표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공감하고 함께할 뿐입니다.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습니다. 스물일곱 살 청년 원종건이 갈등과 분열의 빙벽에 사랑으로 달궈진 뜨거운 못 하나 박고 싶습니다. 새로운 정치가 별것인가요. 평범한 청년, 변화를 위한 평범한 용기, 평범함이 모여서 만드는 거대한 도전, 제가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