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계상 조합원 수로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폐지 등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가 어렵다고 밝혔다. “제1노총의 위상에 맞게 사회적 대화의 틀로 돌아오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강성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에 공을 넘긴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3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개악, 특히나 52시간 근로제를 누더기로 만드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기본적 요구인데 이를 해결하고 민주노총과 대화한다고 하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근로자 직접고용 문제 등도 언급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는 각각 96만8,035명, 93만 2,991명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수에서 한국노총을 앞지른 것은 출범 2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7월 민주노총이 자체 집계한 조직 현황에서 공공부문 조합원 가입이 크게 늘어난 만큼 정부와 보조를 맞춰 경사노위에 복귀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여기에 선을 그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외’의 사회적 대화에는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일자리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섭’을 도외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의제를 중심으로 유연한 대화적 틀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부가 협의 중심의 사회적대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노정협의에 실질적으로 노력한다면 노사관계와 노정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외의 새로운 대화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건설·학교비정규직 등 산별과 지역별 교섭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를 제시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경사노위가 ‘정치 과잉화’돼 있지 않은가”라며 “경사노위에 들어오지 않으면 (민주노총과)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정부가 폭력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몰린 이목에 불편함을 토로한 셈이다.
다만 민주노총의 ‘탈 경사노위’를 노총 차원의 강경 발언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4월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올렸지만 강경 대의원들의 반대로 참여·불참안 모두 부결되며 ‘결정장애’라는 비아냥을 산 바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체의 핵심이 경사노위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정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내부적 딜레마에 맞딱뜨린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간부들의 이야기 들어야한다”며 “대의원대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