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t - 급격히 늘어난 부채에 재정건전성 빨간불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모두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정부가 2년 연속 9%대의 예산증가율(2020년 예산 512조3,000억원)로 확장재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재정수지는 악화 일로다. 무상교육·무상복지 등 각종 현금복지정책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는 올해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39.8%로 확대된다. 급속한 고령화에다 한 번 시작되면 축소하기 힘든 의무지출 비중이 커짐에 따라 국가의 재정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3·4분기 가계부채는 1,57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증가세가 주춤해졌다고는 해도 2019년 상반기 말까지 1년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6%포인트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가계부채가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9년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점도 금융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다.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한 취약차주들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 소비둔화로 내수침체의 골을 깊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America vs China - 미중분쟁 불씨 여전…국내 경제활동 불똥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추정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라는 직접적 영향에다 경제주체들이 관망하는 행태를 보이며 투자·소비 등 기업·가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대중 중간재 수출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만큼 여느 국가보다 타격이 크다.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가 가까워졌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 미중 양국이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상호 경제적 피해 등을 의식해 1단계 합의에 정식 서명한 뒤 2단계 협상을 이어간다는 게 기본 시나리오지만 다시 갈등이 격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배제하기는 힘들다. 하반기에 치러질 미국 대선도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디로 튀게 할지 모르는 ‘빅 이벤트’다. 특히 양국 합의를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부진이 지속돼 2020년에 중국의 ‘바오류(保六·경제성장률 6%대 사수)’ 시대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불안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중국사회과학원 등 주요 기관들은 새해 중국 경제가 5.7∼6.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며 2019년(6.1% 전망)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New growth engine - 주력산업 제조업 위기…신성장동력 발굴 시급
제조업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 부문의 활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9년 11월 기준 71.8%로 여전히 IMF 외환위기 당시인 7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한국 경제를 받치던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부진은 설비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기업정서까지 겹치며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엑소더스 현상만 강해졌다. 올해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신산업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기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직접 현장을 방문해 비메모리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청사진에 그친다는 평가다. 의료계의 반발에 표류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타다금지법 논란을 보며 넘어야 할 규제의 벽이 높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확실한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개선될지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에 달렸다.
Growth rate - 정부 성장률 목표 2.4%…산업 현장선 2.0% 전망
정부가 기대하는 새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2.4%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일각에서 시중에서 내놓은 전망보다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욕심을 낸다면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성장 경로, 잠재성장률(2.5~2.6%) 수준까지 반등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주요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 성장률을 2.0% 전후로 바라보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의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1%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LG경제연구원(1.8%)은 2% 달성조차 힘들 것으로 봤다. 정부는 민간소비는 1.9%에서 2.1%로, 설비투자는 -7.7%에서 5.2%로, 건설투자는 -4.2%에서 -2.4%로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건설투자 감소세는 3년째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하더라도 기저효과를 넘어설지 불투명하다. 소비와 투자 등 민간의 경제활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지출로 성장을 견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기 저점도 아직 확연히 보이지 않는 상태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돼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찾는 게 시급하다.
Export - 수출 11개월째 마이너스…반등계기 마련해야
KOTRA는 2019년 한국 수출이 전년보다 10.7% 감소한 5,40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만의 역성장이자 10%대 감소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13.9%) 이후 처음이다. 2018년 사상 첫 6,000억달러 수출 고지를 밟은 것도 잠시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라는 대외악재로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가격 회복이 더뎠다. 정부는 새해 세계 교역 회복 및 반도체 수출 개선 기대감으로 3.0%의 수출 증가율을 예상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수출의 조기 플러스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이 상반기 중 어느 수준까지 업턴(개선)될지와 자동차·조선 등의 주력품목이 수출 회복의 키로 분류된다. 다만 소폭 개선일 뿐 수출이나 설비투자의 반등을 이끌 만큼 큰 폭의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무역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세계 수요도 전반적으로 약하고 2019년 수출이 크게 위축됐던 기저효과도 있어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과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모두 2.9%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반등이 힘들다는 시각이다.
Reform - 한국 노동경쟁력 51위, 구조 개혁 속도낼 때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누누이 강조됐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다. 정부가 매년 노동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허울만 좋을 뿐이다.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단골 메뉴가 노동개혁이다. OECD는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IMF는 지난해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노동개혁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핵심요소”라며 “민간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51위다. 노동 이동성, 정리해고 비용 등이 포함된 ‘노동 유연성’에서는 OECD 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을 기록했다. 정부는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노동혁신·산업혁신·공공혁신 등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 2019~2020년 2.5~2.6% 등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