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039130)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세 곳과 인수합병(M&A)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사실상 경영권 매각을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하던 하나투어가 다른 사모펀드와는 경영권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한 것인데, 펀드 조성 작업에 한창이었던 운용사(GP)들은 현재 투자자(LP)를 대상으로 수습에 분주한 상황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해외 M&A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던 운용사들이 하나투어의 갑작스러운 경영권 변경으로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KDB산업은행 PE,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는 공동 업무집행사원(CO-GP)으로 하나투어의 해외 M&A에 공동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었다. 투자자를 대부분 확정했고 메인 LP인 교직원공제회도 이달 중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의 최종 승인만을 앞뒀다.(★본지 12월16일자 21면 참조)
하지만 지난 23일 캑터스PE를 포함한 공동 GP들에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나투어가 IMM PE에 경영권을 넘긴다고 깜짝 공시했기 때문. 하나투어는 IMM PE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34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증자 후 지분 16.7%를 확보하는 IMM PE가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IMM PE가 속전속결로 이번 투자를 종결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하나투어 투자를 검토한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7년 박상환 회장을 포함한 창립 멤버 3인은 보유 지분을 IMM PE에 매각하려 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캑터스PE 측은 회사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공식 발표 뒤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을 정도였다. LP 투자자를 상대로는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투자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GP와 투자자에 아무런 고지 없이 경영권을 매각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하나투어 경영진의 돌발 행동을 두고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인다. 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방안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지만 투자를 추진 중인 GP들을 배려해 사전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GP들은 투자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며 “(하나투어 경영진이) 비신사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M&A 투자 펀드의 메인 LP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던 교직원공제회는 두 차례의 투심위를 거쳐 이사회의 최종 승인도 앞뒀었다. 교직원공제회는 다른 한편으로는 IMM PE가 하나투어 인수를 위해 쓰는 블라인드펀드(아이엠엠로즈골드4호)의 주요 출자자이기도 하다. 투자 심사를 마친 교직원공제회가 IMM PE의 하나투어 인수 소식을 알고 투자를 접은 꼴이 됐기 때문. 교직원공제회는 최종 이사회가 하나투어의 경영권 매각 공시 전 미뤄졌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