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번식력이 강해 예부터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했다. 민간에서는 쥐 ‘서(鼠)’ 자를 부적으로 그려 풍농을 기원한 이유다. 십이지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쥐는 방위와 시간의 신(神)이며 지혜로우면서도 근면해 부를 가져다준다는 상징이기도 했다.
2020년 경자년은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경(庚)과 쥐에 해당하는 지지 자(子)가 만난 흰 쥐의 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쥐띠 해를 맞아 특별전 ‘쥐구멍에 볕 든 날’을 오는 3월1일까지 연다. 유물과 영상 등 60여 점의 자료를 통해 쥐에 관한 생태와 상징, 문화상을 조명했다.
경주에서 출토된 ‘곱돌로 만든 쥐’는 얼굴은 쥐이나 몸은 사람인 반인반수의 모습이다. 단순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통일신라의 유물로, 이미 신라 때부터 십이지 문화가 있었음을 확인시킨다. 이 같은 형상은 김유신(595~673)의 묘를 에워싼 둘레돌에서도 볼 수 있는데, 쥐 신이 둥근고리 달린 칼을 쥔 모습으로 등장한다.
조선 후기에 대나무로 만들어진 텀블러 형태의 병에는 쥐와 포도가 새겨져 있다. 번식력이 좋은 쥐, 씨가 많은 포도는 둘 다 다산을 상징한다. 옛 그림 속 쥐는 민들레 잎을 먹거나 열매를 갉아 먹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쥐는 자기 체중의 120% 이상을 늘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로 오면서 쥐는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 등 만화 속 친근한 동물로 변모했다. 전시장에는 20세기 후반 유물인 쥐덫과 함께 쥐를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물품들이 선보였다. 십이지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 ‘요괴메카드’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 장난감은 어린이 관객들에게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