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비리, 검찰 수사 대비 증거인멸 등 12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규모 압수수색을 필두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된 지 126일 만이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도 조 전 장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노 원장을 위계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뇌물수수, 증거위조 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두 자녀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대학원 지원 때까지 입시에 허위로 작성한 위조사문서·공문서를 제출해 입학사정 업무 등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이후부터 딸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수령한 장학금은 뇌물이라고 봤다.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재학 시절 조 전 장관 부부가 온라인 시험을 실시간으로 대리 응시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포함됐다.
기소 직후 조 전 장관 측 법률대리인은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며 “‘인디언 기우제’식으로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기 위한 ‘억지기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해 그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든다”며 “조 전 장관의 유무죄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무려 12개에 달한다. 죄명도 11개나 된다. 공소장 분량만도 58쪽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4개월에 걸쳐 최정예 검사들을 투입해 수사한 만큼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고 비판하며 재판에서 무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며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전략을 펼쳤기에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가 가장 많아
31일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이 한영외고에 재학하던 지난 2013년부터 대학 졸업 후 국내 대학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한 인턴증명서 등을 활용해 입시비리를 저질렀다. 2013년 7월 아들의 출석처리를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예정증명서를 허위 발급해 한영외고에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고려대·연세대 대학원과 2018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 때까지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인턴증명서와 함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명의의 허위 인턴 활동확인서 등을 이들 대학에 제출해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 당시 법무법인 청맥 소속 변호사였던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관계다. 최 비서관은 검찰의 출석요청에 수차례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들 조모씨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유학 중이던 2016년 말 아들의 시험을 계획적으로 ‘대리응시’했다는 사실도 수사 중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은 아들이 수강하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글로벌 시각’ 과목 시험이 2시간여 동안 감독 없이 온라인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이용해 아들과 사전에 공모한 뒤 부인 정경심 교수와 역할을 분담해 실시간으로 시험에 응했다. 두 차례 시험에서 메신저·e메일 등을 통해 답변을 작성한 후 넘겨받는 방식으로 조씨는 A학점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조씨가 복수의 동문회 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이를 고려대·연세대 대학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의 딸이 수령한 장학금을 청탁성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한 후 노환중 원장으로부터 지급된 장학금 600만원에 한해서다. 검찰은 지도교수였던 노 원장이 향후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이나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민정수석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장학금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부산대 병원장이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을 받는 자리라는 직무연관성, 노 원장과 조 전 장관 사이의 의사소통 내용 등이 고려됐다. 딸 조모씨는 의전원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연속으로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사모펀드 관련 증거인멸 등 다양한 혐의 적용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된 부분도 조 전 장관의 혐의에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임명 이후 1개월이 흐른 뒤에도 타인 명의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웰스씨앤티 주식,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7만주 등을 보유하면서 이를 처분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 재산신고 과정에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채권이 있는 것처럼 허위신고하고 검찰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 교수와 공모해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증거를 조작하게 했다.
검찰 수사결과 조 전 장관은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출자자에 대해 투자처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운용현황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했다.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씨에게 자택의 PC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를 숨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여기에 조 전 장관은 추가로 증거를 조작한 혐의(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로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의 혐의사실과 관련해 공범으로 적시된 두 자녀에 대해서도 범죄 가담 정도와 추후 진술 등을 고려해 기소 등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장관 변호인 “인디언 기우제식 억지기소”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 직후 조 전 장관 측은 ‘인디언 기우제’ 식 억지 기소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법률대리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라며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고 말했다. 이어 “흘러나온 수사 내용이나 오늘 기소된 내용은 모두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재판에서 객관적인 증거와 자료로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법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오지현·양지윤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