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을 폭격한 후 이라크 내에서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미군은 이라크 국민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우선시하고 행동해 주권을 침해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는 주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관계와 안보, 정치적 틀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알사이룬 정파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끝내기 위해 의회 내 경쟁세력인 친이란 정파 ‘파타 동맹’과도 협력하는 등 모든 정치적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석달째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서도 반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바그다드·바스라·나자프 등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미국의 폭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며 이란의 내정 간섭과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던 반정부 시위 흐름이 반미로 바뀌고 있다. 미군에 폭격을 당한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는 등 이라크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미국의 공격은 이라크를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대리전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이라크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이라크가 다시는 역내·국제적 분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의 대상이 이란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이라크 내 반미 분위기 차단에 나섰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군사시설 폭격은) 이라크 내 미국 병력 및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전투’라는 이해에 따라 시작된 것이고 이란에 대한 억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내에서 이뤄진 이번 공격의 대상이었던 민병대를 ‘이란의 지원을 받은 불량 민병대’라고 정의한 뒤 민병대가 이라크 국민의 기본적 주권을 부인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