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상한제에 재초환까지…'버티기' 들어간 강남 재건축

재초환 합헌에 '부담금 폭탄' 불가피

이주비 대출까지 막혀 "그냥 살겠다"

대치쌍용1·2차, 반포주공1단지 등

속도 늦추더라도 사업성 높일 듯

서울 주택공급 위축 우려 더 커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합헌 결정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 대출 금지까지... 재건축하지 말라는 소리 아닙니까. 이제는 조합원들이 사는 데까지 그냥 살겠다고 합니다.”(서울 강남구 A 조합장)

서울 정비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4월 종료되는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수억 원의 부담금 지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재초환과 상한제 모두 피하지 못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뾰족한 해법이 없어 버티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재건축 예정 단지의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 1차와 2차는 재초환 합헌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재초환은 새 아파트 준공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10년까지 시세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계산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강남 4개 구 15개 단지의 경우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이 평균 4억 4,000만원, 최대 8억 4,000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환 대치쌍용1차 조합장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정점을 찍어서 부담금 산정기간인 2029년까지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조합원들의 걱정이 크다”며 “여기에 이주비 대출 등까지 봉쇄돼 당분간 재건축은 꿈도 꾸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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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쌍용 1차는 지난해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사업을 멈춘 상태다. 옆 단지인 대치쌍용 2차도 지난달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했지만,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과 협상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대치우성 1차와 대치쌍용 1·2차를 포함한 통합 재건축이 다시 거론되며 사업 속도는 늦더라도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이주를 추진했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관리처분인가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면서 재초환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은 즉각 항소해 올 상반기에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조합원은 “기존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 소송과 별도로 사업 속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상한제 등 현재 분위기로는 굳이 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또한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하고 이달 3일 시공사 간담회를 시작으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한다. 신반포15차 또한 착공 직전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모두 기존 건설사와 법적 분쟁을 통한 사업 지연을 감안하고도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와 잠실주공 5단지는 여전히 서울시 심의에 발목 잡혔다. 이곳 모두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커 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서울 주택 공급 위축 우려는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주택공급은 계획 물량보다 크게 부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지난 3년간 주택 공급 계획대비 실제 공급은 49.9%에 머물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올해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시장에 트리플 악재가 작용하고 있다”며 “현 정부하에서는 전혀 재건축 진행이 안 돼 공급 위축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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