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가 전해준 책과 사랑,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복지시설 아이들의 독후감 모음집 글머리를 소개하는 이상견(60·사진) 한국후락스 대표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독후감에서 책을 정기적으로 선물하는 이 대표에 대한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한국후락스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가정환경이 여의치 않아 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올바르게 커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6년 동안 매년 정기적으로 책을 보내는 곳은 계명원·향진원 등 인천과 김포 일대 아동복지시설 7곳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책 400여권을 서점을 찾아다니며 구매하다가 요즘은 짬을 낼 수 없어 책값을 보내고 있다. “측은지심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밝아요. 책값이 만만치 않지만 책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 대표와 복지시설 아이들의 인연은 그가 지난 2009년 말 처음 향진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새해를 맞는 아이들 60여명에게 세뱃돈을 주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1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는 자신에게도 기쁨을 준다고 했던가. 해맑게 반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반
한 이 대표는 방문하는 복지시설을 늘렸고 지정기탁을 위해 2014년 아예 ‘사랑의열매’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해 1억원을 기부했다. 4년 후 아내 전경숙(56)씨도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이 대표는 “미래를 이끌 사람은 아이들이고 아이들에게 정부와 사회의 돌봄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회사가 성장한다면 더 알차게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7곳의 복지원에는 사랑의열매 기탁금에 이 대표가 추가로 보태 매년 5,000만원 넘게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복지원에서 성장해 퇴소 후 대학에 입학하고 중국 유학까지 다녀온 한 학생에게는 4년간 매년 장학금 3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고등학생 때 이 대표의 책 기증에 보은하기 위해 앞장서서 아이들의 독후감을 걷어 처음 선물한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직장과 야간대학을 오가며 주경야독한 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기부는 그 은혜의 보답”이라고 말했다.
한국후락스는 고온용 내화단열재를 국산화해 고려아연·영풍 등에 공급하고 있다. 2019년은 불황 탓에 기부금 액수가 조금 줄었지만 나눔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원래 주머니를 채우고 넘치는 것은 나눠야 합니다. 선뜻 기부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누구든지 1만원·2만원부터 나눔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영사정이 나아지면 초고액기부자 모임에도 가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그는 “새해에는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과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란다”며 “기부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해 기부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