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제시했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시화됐고 미중 무역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대내적으로도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의지를 꺾는 친(親)노동 정책과 각종 규제가 사방에 깔려 있다.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의 의욕적 목표치와 달리 2% 안팎으로 낮게 내다보는 이유다. 이들은 “비합리적인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경제 주체에게 정책운용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장률 2%대 중·후반 예상 2%뿐
1일 서울경제신문이 새해를 맞아 경제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절반이 넘는 52명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 내외로 예상했다. 정부 목표치인 2.4%와는 온도 차가 확연하다. 24명은 1%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응답했고 1%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답변도 8명이나 있었다. 2%대 초반(14명)을 예측한 전문가를 제외한 상당수가 2% 안팎이나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답변이 80명에 달했다. 정부 예측대로 2%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20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낙관하지 못하는 것은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71%(중복응답 가능)가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꼽았다. 전문가들이 미중 무역갈등 지속(63%)보다 중국 경기 둔화를 더 큰 리스크로 본 것은 특이할 만하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 내수가 쪼그라들고 결국 우리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가 올해 마침내 ‘포류(破六·5%대 경제성장률로 추락)’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5.7%로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5.8%를 전망했다.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인 북핵 문제(34%)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14%), 하반기 미국 대선(13%), 일본 수출규제 조치(7%), 석유 등 원자재 시장 불안(4%),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1%) 순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에 지목됐다.
반기업 정서 해소 노력도 필요
내부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대내 리스크 요인’으로 60%가 제조업 및 고용 위축을 꼽았다. 양질 일자리 창출 효과와 성장 견인 효과가 큰 제조업 부진이 한국 경제를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까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 2018년 8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 역시 7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54년 만에 가장 낮은 물가 수준(0.4%)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 부진 및 저물가를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뽑은 응답도 46%나 됐다. 주52시간제 등 노동 정책(41%), 강성 노조(27%)를 우려한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친노동 성향 노동 정책을 두고 한 전문가는 “반기업 정서와 같은 원천적 문제가 현 정부에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은 민간 투자 회복에 달렸다. 지난해 설비·건설투자는 나란히 역성장했고 건설투자는 올해도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설비투자가 회복된다고는 하나 그 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민간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철폐 노력(77%)을 꼽았다. 민간이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얽히고설킨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설문 참여자는 “정부의 간섭주의가 경제주체들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창의력 제고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철폐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정책의 속도 조절(47%)과 법인세율 인하 및 기업 투자 세제지원 확대(41%)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해고 요건 완화 및 성과 중심 연봉제 확대(27%)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세제 정책 중 가장 잘한 정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생산성 향상 설비 투자세액 공제 확대’라는 의견이 48%로 가장 많았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