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경찰의 수사력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제시한 영장 신청 사유를 법원이 사실상 모두 인정하지 않아서다. 체면을 구긴 경찰은 전 목사의 불법 기부금 모금 등 다른 혐의에 대해 수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 목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처음부터 영장 신청은 다소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으로는 구속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경찰이 제시한 구속 사유를 사실상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집회의 진행 경과, 집회의 방법 및 형태, 범죄 혐의 관련 집회 현장에서의 피의자의 구체적 지시 및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구속 사유인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경찰이 제시했지만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3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가 열린 지 이미 오래됐는데도 전 목사가 도주한 적이 없고 불법집회의 방법과 형태가 중대하지 않다고 본 셈이다.
특히 전 목사가 불법집회를 주도하거나 관여한 정도가 구속할 정도는 아니라고 핵심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경찰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집회에서 폭력행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연행된 집회 참가자는 범투본 소속이 아닌 탈북자 단체인 것으로 알려져 전 목사와 이들의 연결점을 경찰은 찾지 못한 것이다. 대신 경찰은 전 회장이 ‘순국결사대’를 구성해 청와대 진입 시도를 계획했다는 의혹 정도를 수사를 통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긴 경찰은 앞으로 전 목사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 목사가 신고하지 않은 수천만원대의 기부금으로 범투본 농성 현장 인근인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다세대주택을 임차한 것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나 행정안전부에 사용 계획을 내고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