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부채시가평가 제도 도입 등에 대비하려면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대만 생명보험회사 해외투자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0~1%대 초저금리인데도 보험사들은 4%대 운용자산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 1%대 저금리 환경이 시작되면서 대만 금융 당국이 보험회사 해외 투자 한도를 꾸준히 늘린 결과로 2003년 20%에서 35%로, 2007년 35%에서 45%로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2012년과 2014년 각각 외화표시 보험상품과 포모사본드(대만 내 발행된 외화표시채권)를 해외투자 한도에서 제외하면서 2018년말 기준 외화 표시 상품 투자 규모는 전체 운용자산의 69%까지 치솟았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15%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보험사들 역시 과거 판매한 확정금리형 상품을 시작으로 금리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 K-ICS 등의 제도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본 확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현재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해외투자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금융위원회는 ‘해외투자 30%룰’이 보험사의 효과적인 자산운용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2017년 관련 법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환경이 심화·지속될수록 수익성 및 건전성 측면에서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수익률 관리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은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금융안정성 저해 가능성이 대만에 비해 낮은 만큼 자산운용 측면에서 자율성을 강화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보험사들이 해외투자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도록 적절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대만 보험사들의 경우 환위험과 신용위험 등에 노출되면서 대외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현지 당국은 환위험 노출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황 위원은 “보험회사 자산운용에 대한 사전·직접규제 완화는 보험회사의 과도한 위험 부담을 통한 수익 추구를 부추길 수 있어 사후·간접 규제인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 및 자산 쏠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롤오버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환헤지 전략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