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통상과 안보, 연계전략이 필요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새해 첫 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했다. 백악관은 이란의 실질적 2인자이면서 눈엣 가시였던 그가 미군과 외교관을 대상으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멈추기 위해 미국이 선제적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 작전을 시행한 배경에 대해서는 선거활용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안보’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통해 안보를 달성하기도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안보를 이유로 한 일방적인 통상정책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통상정책과 안보이슈 연계를 구체적으로 체계화한 전략적 개념은 2017년 발표된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를 통해 제시되었다. 동 보고서는 ①미국민, 영토, 미국식 생활방식 등의 보호(전통적인 안보 문제), ②경제적 번영 증진, ③ 힘을 통한 평화 보장(군사 분야), ④미국 영향력의 확대 등 4개의 분야와 지역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통상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 분야가 두 번째인 ‘경제적 번영 증진’인데,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다’를 핵심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동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더 이상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교역 상대국이 덤핑, 차별적 비관세장벽, 기술이전의 강요, 산업보조금, 공기업을 통한 부당한 경제적 이익 탈취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국가안보 혁신기반(NSIB: National Security Innovation Base)’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보’를 이유로 한 강력하고 일방적인 통상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거의 사문화되었던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의 적용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2018년 1월 알루미늄과 철강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정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였다. 자동차에 대한 조사결과도 발표되었고, 향후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분야로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근본적인 이유도 미국이 기술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15일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직후 국영기업을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를 다룰 2단계 무역협상을 곧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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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나라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안보가 최우선시 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통상과 안보를 어떻게 연계시킬지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의문시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꺼내 든 지소미야(GSOMIA) 종료 카드, 중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보복에 대한 대응, 50억 달러에 달하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안보 관련 문제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속수무책, 임기응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제232조 관세부과 문제가 연계될 경우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합리적, 객관적 논리를 바탕으로 국익을 우선하는 데 협상목표를 설정하여야 하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통상 이슈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더 나아가 그동안 한국이 직면해 있던 안보문제, 예를 들면 미사일 사거리 관련 한·미 미사일 지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독자적 농축과 재처리 권리 확보 등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혁신기반에 중요한 기업이 중국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통상문제와 안보의 분리’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국가안보위원회(NSC)의 경제통상기능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통상문제와 안보 이슈를 연계하여 치밀한 정책 방향과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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