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KCGI가 경영권 분쟁과 상속세 논란을 겪고 있는 한진(002320)그룹 오너 일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KCGI는 한진그룹 경영진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7일 대한항공(003490) 지분율이 기존 9.9%에서 11.36%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6일 ㈜한진 지분을 기존 7.54%에서 9.62%로 늘려 한진칼(180640), KCGI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조 전 회장은 결국 경영권을 잃었다. 국민연금은 주총 직후 대한항공과 한진칼 지분을 매도하며 지분율을 낮췄지만 최근 다시 계열사 지분을 연이어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기 때문에 ‘남매의 난’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오너들 간 경영권 분쟁, 최근 불거진 창업주 고(故) 조중훈 명예회장의 해외은닉재산 상속세 등을 문제 삼아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지분율이 4.91%로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한진칼의 지분도 차곡차곡 사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지분을 오너 일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한진그룹 경영진이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23’ 등은 형식적인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에 불과하다”며 “한진그룹에 닥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원진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KCGI는 지난해 8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기업지배구조와 한진그룹에 관련한 입장을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KCGI가 같은 편에 서서 총수 일가에 반대할 경우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총수 일가 간 합종연횡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