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1노총' 잃은 한국노총 "정부와 정책 협약 재검토"

민노총 의식해 위원장 선거서 선명성 강해져

제1노동 지위 회복 위한 조직 확대가 공약 첫손

ILO핵심 협약 조건없는 비준 등 강성 공약

경사노위·공공부문 공무직 등 논의 순탄치 않을 듯

민주노총에 추월당한 한국노총 조합원 수.민주노총에 추월당한 한국노총 조합원 수.



오는 21일 열리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차기 위원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정부나 사측과의 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밀려 ‘제1노총’ 지위를 잃고 처음 열리는 까닭에 조직 확대를 내세운 후보들의 공약이나 발언이 모두 강경해진 분위기다.

선거전에 나선 김만재(금속노련 위원장)-허권(금융노조 위원장) 조, 김동명(화학노련 위원장)-이동호(우정노조 위원장) 조 모두 노동계에서 강성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맺은 정책협약 재검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주영 현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와 노정관계에도 긴장관계 형성을 예고한 것이다. 또 양대 노총이 조직확대 차원에서 경쟁적인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노동 현장이 극심한 대립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0815A28 한국노총위원장선거후보


한국노총은 7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지역본부에서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전날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전국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에 나선 두 후보 모두 연설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각을 세웠다. 기호 1번인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노동존중사회를 외치던 정부는 변명만 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과의 정책협약은 무력화된 상황”이라며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탄력근로제 문제를 시행하기도 전에 후퇴시켰다. 이를 다시 복원시키고 당당한 한국노총으로 이름을 남기겠다”고 주장했다.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도 정부 여당과의 정책협약을 즉각 재검토하고 새로운 정치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이 있을 때 대화도 가능하다”며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건 피할 수 없는 투쟁을 준비해 권력과 자본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위한 조직확대를 공약의 첫손에 올렸다. 김만재 후보 조는 전략적 조직화와 전 지역지부에 상담소 설치,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내세웠다. 그는 금속노련 위원장으로 있으며 포스코와 삼성전자에 노조를 만든 점을 강조했다. 김동명 후보 조는 한국노총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활동가를 50명 뽑아 조직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규 조합원들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일반노조의 설립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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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노동정책이나 산별노조 현안과 관련된 공약을 보면 두 후보 모두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만 해도 ILO 핵심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과 노동관계법 개선, 타임오프(노조 전임자의 노동시간 면제제도) 현실화,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 등이다. 김동명 후보 측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김만재 후보는 정리해고의 요건 강화와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운다. 또한 양 후보 모두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와 노동이사제 도입, 공무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및 처우 개선, 금융권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조직확대 차원에서 김만재 후보 측은 청년·여성 조합원을, 김동명 후보 측은 플랫폼노동 등 노조의 사각지대를 공략하는 점이 눈에 띈다. 김동명 후보는 “플랫폼·특수고용직 등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을 찾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 성격의 공제회를 만들어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김만재 후보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 개선, 출산휴가 확대, 경력단절 예방의 사회적 보장, 청년노조 신설 및 관련 부서 신설 등 여성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약을 제시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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