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협상 상대인 미국을 비난하면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 포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분석했다고 국회 정보위원이 전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 참모들은 북한에 대해 경고 한마디 하지 않고 위험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길게 언급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평화’라는 말을 17차례나 반복하며 평화 타령만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을 증진해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나가기 바란다”며 남북정상회담 이벤트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6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한국이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정책방향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문 특보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같이 간다고 분명히 정했지만 계속 진전이 없고 한반도의 상황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 특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 중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좀 더 유연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발언했으나 다른 참모들도 유사한 뉘앙스로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견제했는데 문 대통령이 이를 참고 참았다”면서 “올해는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완전한 북핵 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제재 완화와 평화만 거론하고 있다. 핵 동결 수준의 합의를 통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힘의 불균형 속 엉터리 평화일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머리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기본권 등 헌법 가치와 우리의 생명·재산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