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에 경찰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예정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키노트 스피치에 따른 경호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 이란 분쟁 등의 이슈로 이방카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행사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예상을 뒤엎었다. 오후2시 이방카가 베네치안호텔 팔라초볼룸에 들어섰지만 현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같은 장소에서 전날 오후와 이날 오전에 각각 열린 삼성전자와 델타항공의 키노트 스피치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삼성전자와 델타항공 행사는 만석이었고 착석하지 못한 관객은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서서 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붐볐다. 반대로 이방카의 행사에서는 수십 개의 좌석이 비었을 뿐 아니라 키노트 스피치 도중 30여명이 한꺼번에 퇴장하기도 했다. 한 현지 관객은 “최근 이란과의 충돌에 대한 얘기가 있을 것 같아서 왔는데 다 아는 얘기만 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방카 고문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는 ‘미래 일자리의 방향(The path of the future work)’이라는 주제로 트럼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홍보했다. 이방카 고문은 “미국의 미래를 위해 근로자에 대한 디지털 교육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대부분의 정부 교육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데 민간 기업들도 근로자 교육에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근로자를 위한 약속(Pledge to America’s Workers)을 다시 꺼내며 국내외 기업들에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당부했다. 이방카가 발표한 이들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구글 등 미국 기업부터 삼성전자·도요타·소니 같은 해외 기업도 있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행사 중 하나인 CES에 이방카가 키노트 연사로 나온다는 발표가 있자 실리콘밸리 등 미국 IT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비판이 쏟아졌다. IT 업계와 인연이 없는 이방카가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 대한 논란이다. IT 평론가인 레이철 스클라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역할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CES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업계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더 많은 여성 후보 기조연설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도 이방카의 연설을 두고 이방카가 CES 기조연설을 트럼프 정부의 국정 홍보 무대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방카의 초청이 결정된 지난해 말부터 이날 기조연설까지 트위터에는 ‘보이콧 CES’ 해시태그를 달면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게리 샤피로 회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