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 이식 전문 바이오벤처 제넨바이오의 광폭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국내 최대 이종장기 연구시설 건립을 위한 자금조달에 성공한 데 이어 새해 초부터 바이오벤처 제넥신으로부터 1,910억원에 달하는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첫 원스톱 이종장기 이식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와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제넥신의 후보물질 ‘GX-P1’(PD-L1 hyfc)과 ‘BSF-110’ (PD-L1-hyFc-IL10m)에 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바이오는 이들 후보 물질을 통해 이종장기이식 분야는 물론 기존 동종이식에서 사용되고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면역억제제 신약개발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제넨바이오의 통 큰 베팅에 주목하고 있다. 제넨바이오가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70억원의 계약금을 냈지만, 향후 지급해야 할 기술료 등을 포함할 경우 계약규모가 최대 1,9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커지기 때문이다. 계약금 70억원은 2018년 제넨바이오의 전체 매출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다. 회사는 이번 계약금을 전량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제넨바이오 측은 이번 기술이전 배경에 대해 이종장기이식 플랫폼 도약을 위해 제넥신의 후보 물질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제넨바이오가 집중하고 있는 이종 이식은 인간의 조직 및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동물의 조직 및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기술이다. 제넨바이오는 이종장기의 원료에서부터 이식기법 개발과 신약, 이식전문병원 설립까지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물 조직 및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의 면역반응을 제대로 억제하는 게 필수과제다. 하지만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칼시뉴린억제제’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신장 독성과 악성 종양 등 부작용이 발생해 생존율이 저하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양흥모 제넨바이오 연구소장 겸 부사장은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기존 약물은 장기 복용할 경우 신장에 독성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번에 제넥신으로부터 도입한 후보 물질은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세계 최초의 물질”이라고 기술이전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