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현지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현지생산한 차량 가격을 대폭 낮추며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인 중국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전날 상하이의 자사 기가팩토리(전기차·부품공장)에서 중국 생산 ‘모델3’의 첫 고객 인도식을 열었다. 앞서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3 가격을 기존 33만위안(약 5,550만원)에서 29만9,000위안(약 5,30만원)으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앞서 공지된 가격보다 10%가량 싸진 것이다. 테슬라는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 생산에 들어간다고도 밝혔다.
중국 안신증권은 보고서에서 “현재 30%인 중국산 모델3의 중국산 부품 비중이 연내 100%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테슬라가 중국산 모델3 가격을 추가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의 제작 비용이 미국 공장의 65% 수준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중국산 차량이 투입되기도 전에도 테슬라의 지난해 1·4~3·4분기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액은 23억1,8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0.4% 증가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행사장에서 모델3 인도식을 축하하며 흥을 못이긴 듯 ‘막춤’을 추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3.88% 오른 469.06달러를 기록했다.
머스크 CEO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월부터 총 500억위안(약 8조4,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상하이에 자사 기가팩토리 건설공사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준공에서부터 양산 허가 획득까지 전 과정을 초고속으로 마무리했다. 중국 정부로서는 테슬라의 투자가 무역전쟁의 와중에 중국의 개방 의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선전물이 된다며 환호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막장’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전기차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여기에 테슬라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11월 중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에너지 총량이 6.3GWh에 그치며 전년동기 대비 33.1%나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만 해도 세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던 시장이 8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뒤 넉달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배터리에너지 사용이 줄었다는 것은 전기차 판매와 사용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까지 축소해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한때 점유율 3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옵티멈나노에너지가 지난해 12월 파산을 신청하는 등 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는 “모델3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테슬라의 가격 학살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