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2020은 나의 해]김주형 "롤모델은 임성재 프로님...PGA 亞 최다승 꿈꿔요"

작년 최악안개 뚫고 亞투어 우승

세계랭킹 2,006위→158위 껑충

어릴적 울퉁불퉁한 잡초밭서 연습

쇼트게임 출중, 300야드도 펑펑

올해 목표는 세계 100위권 진입

2년후 스무살땐 PGA 투어 진출

꾸준하게 실력 펼치는 선수 될것

김주형이 9일 아시안 투어 홍콩오픈 1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회조직위김주형이 9일 아시안 투어 홍콩오픈 1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회조직위




골프장에서도 ‘곰돌이 푸’로 불리고 싶다는 김주형. 꿀단지를 안은 만화 속 푸처럼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아시안 투어 파나소닉 오픈 트로피를 안고 눈웃음을 지었다.골프장에서도 ‘곰돌이 푸’로 불리고 싶다는 김주형. 꿀단지를 안은 만화 속 푸처럼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아시안 투어 파나소닉 오픈 트로피를 안고 눈웃음을 지었다.


새롭게 CJ대한통운 모자를 쓴 김주형. /사진제공=팀에이스스포츠새롭게 CJ대한통운 모자를 쓴 김주형. /사진제공=팀에이스스포츠


“지금 이 정도가 심한 수준인가요?”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어느 날 서울 강남에서 만난 김주형(18·CJ대한통운)은 “이 정도면 ‘최고 좋음’ 수준 아니냐”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도에서 열린 아시안 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우승했다. 스포츠뉴스보다 ‘해외토픽’ 뉴스로 더 많이 소개된 대회였다. 인도 북부 지역을 뒤덮은 최악의 유독성 안개 탓에 첫날 5시간이나 중단됐던 대회는 결국 54홀로 축소돼 치러졌다. 대기 중 독성이 안전기준의 20배 이상까지 치솟아 선수들은 특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해야 했다. 김주형은 “심할 때는 100야드 앞도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 쓰고 샷을 하려니 불편하기도 하고 대회 분위기도 어수선했지만 직업이니 해내야 한다는 자세로 쳤다”며 “운동선수는 어떤 환경이든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최악의 먼지 공습을 통과한 김주형의 미래는 ‘최고 좋음’이다. 당시 우승은 아시안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2위 기록(17세149일)이었다. 지난해 2,006위에서 출발한 세계랭킹은 1년 만에 158위까지 치솟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 임성재를 후원하는 CJ대한통운과 3년 계약에 성공한 그는 지금 새 모자를 쓰고 2020시즌 아시안 투어 개막전인 홍콩 오픈에 참가하고 있다. 9일 1라운드에서는 3언더파 67타를 쳤다.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자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보다 2타 더 잘 친 상위권이다.


김주형의 롤 모델은 임성재다. “정규 대회 우승이 있어도 가기 어려운 플레이오프 최종전을 임성재 프로님은 갔잖아요. 저도 그렇게 일정하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스무 살이 되는 2022년에 PGA 투어에 진출한다는 꿈을 가진 김주형은 “아시아인 최초의 신인상은 임 프로님이,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양용은 프로님이 하셨으니 저는 PGA 투어 아시아인 최다 우승을 목표로 삼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가족과 중국으로 건너간 김주형은 필리핀·호주·태국까지 5개국에서 자랐다. 호주에서 7년을 지내다 영주권 관련법이 바뀌는 바람에 필리핀으로 돌아갔고 최근에는 훈련환경 지원을 약속한 태국에 정착했다. 멘털 코치이자 매니지먼트사 대표인 김상우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필리핀어까지 능통한 언어구사 능력은 훗날 세계 무대에서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7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프로로 전향한 김주형은 아시안 2부 투어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1부 투어 대회 우승도 세 경기 만에 해냈다. 180㎝·89㎏의 체격으로 300야드 드라이버 샷을 편하게 날린다. 얼마 전부터는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의 스윙 코치로 유명한 이시우씨의 지도를 받고 있다. 올해 목표는 세계 100위 내 진입이다. 톱100에 들면 PGA 2부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에 직행하기 때문이다. 퀄리파잉을 통해 내년에 2부 투어를 뛰고 이듬해 PGA 투어 신인이 되는 시나리오를 늘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아시안 2부 투어의 코스 환경은 투박하다. 페어웨이는 잘 정비돼 있지 않고 그린 주변에는 잡초가 많으며 그린도 울퉁불퉁하다. 교습가 출신 아버지가 일하는 동안 연습장 구석의 잡초밭에서 골프채를 가지고 혼자 놀곤 했던 김주형은 “대회장의 열악한 환경이 낯설지 않았다”며 웃었다. 롱게임이 좋은 그는 쇼트게임 감각도 좋다. “어릴 때부터 연습장에서 놀아선지 볼 맞히는 감각이 좋다”는 게 아버지의 평가다. 터치 감만 가르쳐줬는데 어느 날부터 홀에 갖다 붙이기 시작했단다. 절묘한 쇼트게임 감각으로 지난해 말레이시아 대회에서는 9언더파 63타도 쳤다.

김주형은 “화려함도 좋지만 골프는 결국 타수를 줄이는 게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스 매니지먼트를 강조하는 선배들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난해 실수를 통해 많이 배웠고 실수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장차 어떤 별명을 얻고 싶으냐는 물음에 김주형은 “어릴 때부터 곰돌이 푸(디즈니 만화 캐릭터)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팬이 생긴다면 곰돌이 푸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보면 ‘슈퍼 곰돌이 푸’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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