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관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11일의 제15대 대만 총통선거(대선)를 앞두고 차이잉원 현 총통의 독주가 계속되지만 중국 당국은 침묵을 지키면서 오히려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설프게 선거에 개입할 경우 차이 총통의 승리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차이 총통이 반중 활동을 계속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해 선거 이후 대립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대만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모국(중국)과의 통일은 불가피하다”면서 “중국 당국이 ‘대만 독립’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홍콩 시위는 이번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나마 외국인 대상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대만 대선에 대해 논평을 했을 뿐 실제 중국인들이 정세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인민일보·신화통신·중앙(CC)TV 등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만 대선의 향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중국몽’의 중요한 요소인데도 대응이 없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어차피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재선될 것이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선거개입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도 불사할 것”이라는 발언 등 강공책이 오히려 차이 총통에게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2016년 제14대 대선 직전 일어난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의 ‘중화민국 국기’ 사건이 당시 차이 후보의 첫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서 ‘대만 독립 지지자’라는 비난이 커지자 쯔위가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내보냈는데 이 사건이 이슈화하면서 오히려 대만 선거에서 반중정서가 커지고 차이 후보에게 표가 몰렸다.
이런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중국 정부는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 등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기억하자(不忘初心 牢記使命)’는 주제로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진행됐던 당원교육의 총결산대회를 전날 베이징에서 열고 ‘초심’과 ‘사명’ ‘단결’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당은 인민의 지지를 받아 중화민족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초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당을 약화시키는 모든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고 당의 기초를 흔드는 위험 요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대선의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집권 민주진보당이 대선 승리뿐 아니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일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기 전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는 일제히 민진당 소속 차이 총통의 압도적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빈과일보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48.6%로 야당인 국민당 한궈위 후보의 15.4%보다 30%포인트 이상 앞섰다. 친국민당 성향인 연합보도 차이 총통과 한 후보의 지지율을 각각 48%, 22%로 제시했다. 또 입법위원 선거 지지율은 민진당 30%, 국민당 24% 수준이다.
차이 총통은 이번 대선의 프레임을 여야 대결이 아닌 중국과 대만의 대결구도로 만들어가는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6일 “11일 우리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선택해 청년의 미래로 도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와 자유를 선택해 계속 우리의 주권을 수호해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