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가 백판지 업체 세하 인수에 이어 같은 업종인 신풍제지의 평택 공장 설비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지업계 ‘큰 손’으로 통하는 한국제지가 잇따라 인수에 성공하면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서다. 일부에서는 한국제지가 신풍제지 평택공장 설비 인수 추진에 나선 것은 세하 인수를 위한 ‘협상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백판지 기업 신풍제지의 평택 부지가 고덕 국제화 지구개발로 수용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신풍제지가 설비 매각을 최종결정하고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업력 60년의 신풍제지는 제지 유통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에 따라 설비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한국제지가 부상하고 있다. 세하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제지가 신풍제지 설비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한솔제지(점유율 40%, 지난해 기준 업계 추정)에 이어 깨끗한 나라(20%)와 함께 단숨에 2위권을 형성하게 된다. 세하와 신풍제지는 백판지 시장에서 점유율 10%와 7~8%로 각각 3위와 4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판지 시장이 한솔제지, 한국제지, 깨끗한 나라 등 3개 업체로 재편되는 셈이다. 유인물이나 잡지용 종이 등 인쇄용지 사업만 하는 한국제지로서는 백판지로 만드는 화장품 케이스와 농산물 포장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한국제지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세하 인수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신풍제지 공장설비까지 인수하려는 것은 세하 인수를 위한 일종의 협상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제지가) 세하 인수에 성공하면 굳이 (중복되는) 신풍제지 설비까지 인수할 필요성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세하와 신풍제지 설비의 동시 인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제지가 신풍제지 설비 인수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세하 인수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성격과 세하 인수에 앞서 ‘신풍제지 설비 인수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점을 지렛대로 세하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른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한창제지는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내부적으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세하 인수 결과에 따라 신풍제지 설비 인수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