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가장 큰 텃밭을 전시한 곳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국내 스마트팜 업체 엔씽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9일(현지시간) CES에서 “고객이 땅과 세일즈 계획만 제시해주면 요청대로 작물과 재배 환경을 맞춰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은 대규모 작물 재배가 필요한 기업들이다. ‘투뿔등심’과 ‘붓처스컷’ 등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식업체들이 엔씽의 모듈형 농장 ‘플랜티 큐브’에서 재배한 채소를 쓴다.
엔씽은 40피트 컨테이너에 IoT 센서와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팜 모듈을 설치해 작물을 재배한다. 온도·습도 등을 조절해 기존에 생산할 수 없던 작물도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태국 음식에 흔히 들어가지만 국내에서는 재배하기 어려웠던 ‘태국바질’ 등이 현재 엔씽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같은 사막에서도 컨테이너만 설치하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스타트업 ‘마이푸드’는 어항에 기둥을 설치하고 식물을 재배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관리 없이도 어항에 설치된 탱크를 통해 적절한 수분이 공급된다. 어항 속 물고기들의 배설물이 비료의 역할을 대신한다. 사용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탱크의 물을 가는 것만으로 손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다. 마이푸드 관계자는 “당근처럼 큰 열매가 달리는 작물만 아니면 무엇이든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토니아의 스타트업 ‘클릭앤그로우’는 CES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텃밭을 선보였다. 클릭앤그로우가 전시한 ‘스마트 가든3’의 크기는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조금 큰 정도다. 클릭앤그로우는 “캡슐 커피머신처럼 흙 캡슐을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식물이 자라난다”고 설명했다. 바질과 미니토마토 등 총 45개 종류의 작물을 기를 수 있다.
이는 식재료의 안전성·신뢰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유전자변형(GMO)이 없고 제초제·살충제를 쓰지 않은’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실내 공기 질을 높이고 기르는 재미까지 줄 수 있는 일종의 ‘홈 엔터테인먼트’인 셈이다.
기술 발달로 시장성이 확보됐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기술은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투입 비용 대비 결과물이 좋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최근 IoT 기술이 발달하고 발광다이오드(LED) 가격이 하락한 결과 질 높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알맞은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스베이거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