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아픈 사람을 고치고, 구호단체 활동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따라서 의사와 구호단체는 모두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경일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변에 하루에 두번 출근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병원으로 출근해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로서 낮과 밤에 각각 다른 직업인으로의 삶을 살아왔다. 병원업무를 마친 저녁시간 그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제구호단체 (사)한끼의식사기금 사무국으로 두번째 출근을 한다. 휴가를 이용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 구호현장을 다녀오면 밀린 병원 업무로 더욱 바쁜 생활을 보냈다. 윤 의사는 지난 15년간 이런 생활을 반복해왔다.
그는 왜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전 세계 오지를 누벼왔을까?라는 질문에 “질병만 고치는 의사보다는 질병과 사람과 사회를 함께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답하고 있다. 신간 ‘한끼의 기적’은 윤 의사가 발로 쓴 국제구호 관련 에세이 20편이 담겨 있다. 책에는 방글라데시의 식량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메라피화산 폭발지역의 교육 관련 구호 활동, 로힝야족 난민 캠프 건설, 네팔의 장애아동 지원 및 의료구호사업, 에티오피아의 삼살센터 운영 등 지난 15년간 전 세계 곳곳의 구호현장에서 펼쳐온 활동상을 담고 있다.
의사가 아닌 NGO 활동가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유엔 인권감시단으로 오해를 받아 한동안 입국을 거절당하는 경험을 했다. 미얀마에서는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추방의 위기에 놓였고,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인해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40시간 넘게 갇히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갑자기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구호활동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
책은 저자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찾은 나눔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열악한 구호현장을 찾아가는 일은 분명 신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생활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구호현장에서 울려오는 양심의 소리 때문이었다’는 저자의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빈민들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