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청와대 수사에 대한 문책성이자 수사방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검찰은 정권 핵심 인사로 꼽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청와대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고 논평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뇌물수수 등 10여 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을 때도 청와대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며 “수사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검찰 수사를 태산이 울리도록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생쥐 한 마리만 나왔다는 뜻의 고사성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 장관 역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인권을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검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을 우회 지적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외에도 하명수사·선거개입 수사를 통해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친문 인사들이 송철호 울산시장을 선거에 당선시키기 위해 공약 설계부터 경쟁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에서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서 무마됐다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어떤 자료를 압수하겠다는 것인지 단 한 가지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을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유 전 부시장 감찰무마와 관련한 압수수색 때는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연일 검찰을 비판하던 청와대는 정작 ‘인사 파문’ 후에는 수사 책임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검찰 인사에 대한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얘기를 꺼낼 경우 어떤 형태로든 트집을 잡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은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가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을 지난 9일 검찰 인사와 관련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함구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에는 요란했던 조국 일가 수사와 감찰무마 수사결과 책임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혐의에 대한 확신을 갖고 ‘대통령에 대한 충정’에 발로해 수사를 강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수사결과는 ‘과잉수사’ 논란을 모두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모펀드를 이용한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지 않고 조 전 장관 구속에도 실패하면서 검찰이 역풍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내라는 자신의 명을 거역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채동욱 전 총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역대 두 번째 감찰 지시가 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윤 총장이 감찰이 시작된다 해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지도 주목된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인 검사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청구한다.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징계 사유로는 ‘직무상의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등이 거론된다. 지난 9일 한 언론의 카메라에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한 듯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 문자로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제는 법무부가 진행 중인 수사의 지휘라인까지 교체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배성범 중앙지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모두 ‘물갈이’됐다. 배 지검장은 좌천성 승진 형식으로, 박 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방해 성격이 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서초동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선거개입 수사팀이 공중분해 될 경우 이 같은 청와대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정권 수사를 맡았던 실무자들인 중간간부급 검사 역시 대규모 인사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차·부장급은 물론이고 부부장검사까지 법무부의 ‘정밀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와 함께 추 장관은 대대적인 검찰 조직 개편 역시 예고하고 있다. 현재 4개 부서인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와 3개 부서인 공공수사부를 각각 2개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적으로 직접수사 인력을 대폭 축소해 ‘검찰 힘빼기’에 본격 돌입한다는 것이다. 또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비직제 수사조직’ 신설을 최소화하고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손발이 묶인 윤 총장이 ‘별동대’격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검사장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것이 흔들림 없는 방향”이라며 조직 개편을 재차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