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내 동아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취미활동을 넘어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등 은행 외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 역시 사내 동아리를 잠재적 사내벤처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08년 사내 동아리 모임 시스템인 학습조직(CoP) 운영을 시작한 이후 총 1,848개 CoP에서 3만9,715명이 활동했다고 11일 밝혔다. 기업은행의 CoP는 주로 금융 산업과 연계된 최신 트렌드나 신상품을 연구하고 업무 관련 지식과 영업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업무지식과 마케팅 능력을 키우고 선·후배와 영업점·본점 직원 간의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CoP의 활동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은행도 CoP의 활동결과를 업무에 반영하거나 일반 CoP의 신규 지식 등을 참고하는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CoP활동이 데이터 관리비용 감축, 사업아이템 발굴, 업무프로세스 변경 등 은행 업무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보이스피싱 앱인 ‘IBK피싱스톱’은 CoP의 활동이 소비자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대표적인 사례다. 사내벤처형 CoP 중 최우수 CoP로 선정된 ‘보이스피싱 잡는 기은센경찰’은 내부 사업화 지원을 통해 앱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피싱스톱의 경우 출시 후 3개월간 230여 건 보이스피싱을 탐지해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CoP활동에 필요한 전문가 그룹과 연결하고 자문 등을 상시화해 지원하고 있다”며 “”주요 CoP 결과물을 부서 실제업무에 반영하고 행내·외 사업화를 추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은행의 발전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매해 CoP 페스티벌 여는 등 사내 동아리 활동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평소 자율적인 학습과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여러 계열사의 다양한 분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함께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며 연구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6년 80여명 수준이던 참여인원은 3년 만에 266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열린 CoP 페스티벌에서는 ‘최적의 금융전문가 매칭 서비스’, ‘유병자 질병에 따른 합병증 위험도 계량화 방안’ 등의 주제로 발표한 팀들이 최종 우수상을 차지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사에서도 조직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사내 소모임 참여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비씨카드는 급변하는 결제시장에 대응하고 디지털 결제 플랫폼 강화를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아이디어 연구 소모임인 ‘알앤디셀(R&D CELL)’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데모 데이에서는 혁신성, 수익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기준으로 최종 선정된 5개 혁신 아이디어가 발표됐다. 비씨카드는 해당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추후 실제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업무 외 자기 계발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잠재적 사내벤처 육성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 미래 성장 동력 발굴 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사들의 사내 동아리 지원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