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12일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다”며 “난관들이 명백해진 이상 우리는 에돌 것도 주저할 것도 없이 용감하게 정면돌파해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미국에 속아 지난 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당분간 협상에 다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줄기차게 언급해온 ‘새 계산법’을 재차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결국 북미관계 교착 기간은 더 길어지고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 불안정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신문은 이날 ‘혁명의 활로를 밝혀주는 우리 당의 정면돌파전 사상’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대미 강경 노선을 확인했다. 신문은 “미국은 대조선(대북)적대시정책을 의연히 답습하고 있다”며 “적들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 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 타개책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나온 ‘정면돌파전 사상’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설사 굶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나가려는 인민의 정신과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며 앞으로 제재에 맞서 버티기 전략을 장기간 고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전날 김 고문의 담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북미 정상의 친분을 ‘개인적인 감정’이라고 먼저 선을 그었다. 김 고문은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일방적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김 고문은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 요구 사항 전적 수용을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장기 대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남측이 북미 관계에 관여하지 말라는 대남압박과 대북 적대시정책을 먼저 폐기해야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대미압박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담화의 주체가 최선희 제1부상 등 현역이 아닌 뒤로 물러난 김 고문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다소 조절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