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 때 내세운 19개 ‘간판공약’ 중 이행된 공약은 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소득(GNI) 대비 가계소득이나 중산층 비율 등 경제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며 경제 정책은 낙제점을 면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부터 21대 총선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매번 ‘비현실적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권의 관행 때문에 벌써 “공(空)약을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서울경제가 민주당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총선 대표공약 리플릿을 분석한 결과 19개 공약 중 이행된 공약은 5개, 실패한 공약은 11개로 나타났다. 나머지 3건 중 2건은 2019년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됐고, 1건은 통계 기준이 달라 검증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약속한 경제 전망은 장밋빛이었으나 그렇지 못한 현실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총선 경제 공약으로 ‘양극화 해소 777플랜’을 내세웠다. 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을 2020년 70%대까지 끌어올리고 중산층 비중을 외환위기 이전인 70%대로 되돌리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GNI 대비 가계소득은 2015년 61.5%를 기록한 후 2017년 60%까지 떨어졌고 2018년 겨우 60.7%까지 회복했다. 중산층도 매해 얇아지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소득 중 중위소득 50~150% 인구는 2015년 60.7%를 기록한 후 꾸준히 줄어 2019년 52.0%까지 쪼그라들었다.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측정이 어렵다. 당시 민주당은 2012년 노동소득분배율이 68.1%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LS3 기준(자영업자 평균 임금소득과 임금 근로자 평균임금소득이 동일하다고 가정)이다. 2015년 이후 한국은행이 발표한 노동소득분배율은 LS2 기준(자영업에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간 구성 비율이 다른 경제 부문과 동일하다고 가정)을 적용한다. 한국은행 발표치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2015년 62.6%에서 3년 동안 1.2%포인트 올랐다.
청년고용·일가정 양립 정책도 결과가 미흡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6개월간 60만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50만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남성 배우자의 출산휴가 기간을 5일에서 30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공약도 있었지만 10일로 확대하는 데 불과했다. 육아휴직 급여를 휴직 전 통상임금의 100%까지 주겠다는 공약도 불발됐다. 휴직 3개월 간 통상임금의 80%, 4개월째부터는 50%를 주는 선으로 정리됐다. ‘취학자녀돌봄휴가제’ 얘기도 나왔지만 정권 교체 이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 외에 청년 일자리 34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2018년까지 2030 공공일자리 7만4,000여개 증가), 장기공공임대아파트를 150만가구로 확충하겠다는 약속(2018년 기준 20년 이상 임대주택 86만6,934채)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한 공약들도 있다. 주로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이나 채권 소각과 관련된 내용이다. 민주당은 “소득 없는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문제를 개선하겠다” “성별·연령같은 불합리한 보험료 기준은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안을 통과시키며 성별·연령에 따른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했고 소득 없는 재산에 부과하는 보험료도 줄였다. 또 1,000만원 이하의 10년 이상 된 채권을 소각해 저신용 서민의 부채를 면제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2018년 이행했다. 다만 왜 국가가 채무를 대납해주느냐는 ‘모럴 해저드’ 논란은 불가피했다.
20대 총선 공약 이행률이 26%에 불과했지만 민주당은 다시 한 번 21대 총선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15일 ‘1호 공약’을 발표하는 가운데 청년을 위한 일자리 및 주거 공약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약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원”이라면서도 “여야 관계없이 허황된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권의 행태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