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도심광장을 수놓은 빨간 구두의 정체는?

하이힐부터 운동화, 단화, 어린이 신발까지 수백 켤레의 빨간 신발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도심 소칼로 광장을 수놓았다.

주인 없이 놓인 신발들은 멕시코의 잦은 여성 살해와 성범죄에 대해 항의하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들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은 멕시코 예술가 엘리나 차우베트(60)가 신발 시위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차우베트는 “2009년 여동생이 남편에 살해당한 이후 퍼포먼스 시위를 계속해왔다”며 “빨간색은 여성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동시에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 특히 여성에게 위험한 곳이다. 2018년 한 해 여성 3,750명이 ‘페미사이드(femicide)’로 희생됐는데, 하루에 10명꼴이다. 이중 범인이 처벌받은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페미사이드는 성폭력 살인이나 증오 범죄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사건을 일컫는다.



지난 2016년 17살 딸이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사크리산타 모소는 “여성들은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 정부는 바뀌어도 상황은 전혀 나이지지 않고 그대로”라고 호소했다.

모소와 같은 희생자 유족들과 여성 운동가들은 거리에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며, 여성 대상 범죄와 심각성을 알리고 엄중한 처벌과 예방 대책을 요구 중이다.

시위를 주최한 차우베트는 “여러 시위로 금기시됐던 주제가 공론화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당장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무언가 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