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도 잘 할 수 있지만 배우로서 제 무기는 코미디 감성과 액션인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대중과의 접점인 거죠. 능력이 될 때까지는 액션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생활 20년째를 맞는 권상우(사진)는 분명 최고 전성기가 지난 배우다. 하지만 중소형 작품들이 살아남기 힘든 국내 영화 시장에서 ‘탐정 시리즈’부터 ‘신의 한수 : 귀수 편’ 등에 꾸준히 출연해 전매특허인 ‘코믹 액션’으로 은근히 흥행에도 성공하는 ‘히트맨’이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히트맨’은 권상우라는 배우의 장점을 철저하게 계산해 완벽한 레시피를 선사하는 ‘설 맛집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봉을 앞둔 15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언론배급 시사회 때 최대한 냉소적으로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다”며 “붕 뜨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가 끝나면 이날 일반 시사회에도 몰래 가서 영화를 다시 볼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개봉을 앞둔 주연 배우의 긴장감이 엿보였다.
영화는 국정원 비밀 요원 준이 웹툰 작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소재부터 장르까지 ‘권상우를 위한 영화’다. 완벽한 액션에 더해 어딘지 모르게 코믹만화 같은 느낌이 드는 그의 친근함은 이 영화에서 극대화됐다. ‘액션 부심’이 강하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막주먹’을 치는 게 아니라 진짜 특수요원 같은 간결함을 액션에 넣으려고 했다. 책상에 점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다 찍었다”고 말했다. 거꾸로 매달려서 담배 배우는 장면은 현장에 이미 설치해 둔 와이어 사용을 그가 거부했다. 그는 “와이어 달고 할 거면 뭐하러 찍나 싶어 와이어 없이 한 번에 찍었다”며 “촬영 시간을 3시간 정도 벌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는 특수요원 준의 꿈과 가장으로서의 고뇌 등을 ‘짠내 나는’ 코미디에 잘 버무렸다. 인기 없는 웹툰 작가로 가족을 부양하는 아내(황우슬혜)의 눈치를 보고 딸(이지원)에게도 은근한 동정을 받은 아빠 연기와 특수요원 시절 교관이었던 일명 ‘악마 교관’ 덕규(정준호)와의 ‘코믹 연기 합’이 러닝타임 내내 웃음을 터트린다. 정준호와 연기하는 ‘19금 장면’ 역시 그의 친근한 이미지와 배우 정준호의 ‘케미’로 부드럽게 넘겨 버린다.
미술교육을 전공한 미술학도 출신답게 준이 웹툰작가로 그림을 그릴 때 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최근 그림을 그린 적도, 웹툰을 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는 “그림 그리는 장면을 찍을 때 4B연필로 그려서 약간 느낌은 달랐는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며 “그림을 언젠가 다시 그리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딸 앞에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아내(배우 손태영)도 처음 본 모습이라 저를 달리 보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최근 여러 작품들로 관객들과의 만남이 잦은 그는 자신을 슬럼프에서 극복하게 해준 ‘탐정 시리즈’부터 ‘히트맨2’까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장르에 대한 ‘히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에 성동일 선배님이 ‘치매 걸릴 때까지 찍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다.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은 이미 ‘히트맨2’까지 다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