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이수정 교수 "'교수 목소리' 들어주는 사회 분위기 덕에 범죄심리 연구 가능했죠"

<범죄자 심리 꿰뚫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

많은 수식어 중 '교수'가 가장 좋아

사건 사고 학생들과 공유하며 풀어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권욱기자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권욱기자



경찰 과학수사자문위원, 법원 전문심리위원, 검찰 전문수사자문위원,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위원, 법무부 교정본부 정책위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현재 맡고 있는 자문직이다. 자문직 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교수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2학기에만 학부·석박사 강의만 총 5개를 맡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포함해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인터뷰차 기자와 만나기로 한 날에도 이 교수는 1대1 보호관찰관 심의선정을 위해 법무부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학생을 가르치고, 자문 업무와 방송 출연도 하고, 범죄심리 관련 활동도 하느라 너무나 바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죽을 둥 살 둥(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며 “BBC에서 지난해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후 해외에서도 특강 요청이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곳에서 여러 직함으로 이 교수를 부르고 있지만 그는 정작 ‘교수’로 불리는 게 좋다고 했다. 범죄심리학과 교수로서 20여년간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사회에서 교수들이 하는 얘기를 쉽게 무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요. 교수가 가지는 특권이죠. 교직으로 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해마다 전국의 교도소·소년원·보호소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재소자를 만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자로 ‘정남규’를 꼽았다. 정남규는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이 교수는 “정남규는 어린 시절 강간을 당한 피해자에서 연쇄살인범이 된 경우로 이상심리적 진행 과정을 엿볼 수 있다”며 “면담 과정에서 유영철만큼 많이 죽이는 게 인생 목표라고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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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남규는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규범이 내면화되지 않은 채 외톨이처럼 생활했다”며 “사회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 범죄심리학자가 보기에도 불안정해 보였던 정남규는 2009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잔혹한 범죄 수법과 범행을 저지르는 심리 등을 연구하는 만큼 연구자가 겪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이 교수는 “평소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사건을 거리를 두고 보려고 노력하면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1964년 △1986년 연세대 심리학과 △1995년 미국 아이오와대 석박사 과정 수료 △1999년 연세대 사회심리학과 박사 △1999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2019년~ 경찰 과학수사자문위원, 법원 전문심리위원, 검찰 전문수사자문위원,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 여가부 정책위원, 법무부 교정본부 정책위원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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