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잇따른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몸살을 앓던 ‘K바이오’가 2020년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달아오르고 있는가 하면 ‘월스트리트의 바이오 쇼핑몰’이라 불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아시아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2개 업체가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 볼룸에서 발표를 진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다른 업체와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R&D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수 시장 포화 등으로 한계에 다다르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2019 제약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기업이 지난 2018년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전년보다 9.8% 늘어난 2조5,047억원으로 조사됐다. 상장 제약기업 연구개발비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연평균 15.2% 증가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23조원으로 세계 12위(1.6%)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등이 함께 연대해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찾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협업 기회를 찾고 있다.
우선 유한양행, GC녹십자, LG화학, 삼양바이오팜 등 국내 4개사가 미국 보스턴을 중심으로 총 7개 지역에 바이오 생태계를 갖춘 최대 규모 혁신 플랫폼인 ‘케임브리지혁신센터’(CIC)에 입주해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공동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연내 유럽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며 어느 나라·도시에 설립할 지를 놓고 검토작업이 진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법인 설립지 선정을 위해) 유럽 주요 바이오클러스터 도시들과 미팅을 진행 중이며 현재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라면서 “유럽의 깊이 있고 다양한 연구기관들과의 협력과 파이프라인 강화가 현지법인 설립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2018년 3월과 지난해 6월 해외법인인 유한USA(미국 샌디에이고), 유한ANZ(호주)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선 구체적 제품 판매를 위한 해외진출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중국 현지에 12만ℓ 규모의 4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중국 성 정부와 이달 내 체결할 계획이다. 공장은 이르면 오는 4월 착공할 예정이며 이 공장에서는 중국 현지판매용 바이오의약품과 1세대 바이오시밀러, 새로 진출하는 당뇨 시장에 필요한 인슐린을 생산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 사업을 위한 연구소를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CDO 사업이란 바이오벤처 등이 개발한 세포주를 배양해 임상 1상 신청까지 대행해주는 사업이다. 몇 달 사이에 바이오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바이오벤처의 임상개발 수요를 잡아내면 위탁생산(CMO) 사업 수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단순 복제약을 만드는 데서 벗어나 이젠 공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해외 유수 기업들과 협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