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디지털 화폐 독주 막자" 공동전선 펼치는 유럽·日

디지털 위안화 발행 임박 위기감에

ECB·BOJ 등 'CBDC 평가그룹' 결성

"연준 동참 끌어내려는 속내" 분석도




일본과 영국·유럽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이 임박한 가운데 전 세계 통화질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스웨덴 릭스방크, 스위스 중앙은행(SNB), 캐나다은행(BOC) 등 6개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은 21일 ‘CBDC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그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브누아 쾨레 BIS 혁신허브총괄, 존 컨리프 영국 중앙은행 부총재가 공동의장을 맡는다.


CBDC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 관리하는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이들 은행은 CBDC와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대책 △사이버공격 방어 △개인정보처리 △기존 결제 시스템에 대한 우위성 △이자부여 여부와 방식 등도 공동연구하기로 했다. 일본은행과 ECB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영국 중앙은행과 캐나다은행은 국가 간 CBDC 분야에서 각각 공동연구를 추진해왔으며 그동안 확보한 지식과 기술 등도 그룹 내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실제 CBDC 발행에 대해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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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럽·영국 등 선진국이 디지털화폐 발행 문제에서 손을 맞잡은 것은 중국의 독주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경제지 차이징은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가 선전과 쑤저우 등지에서 시범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시범사용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인민은행의 행보를 고려하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해 11월 말 한 금융포럼에서 디지털화폐의 설계와 표준 제정, 연합 테스트 업무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고 공개하며 시범지역을 정해 사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기에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을 추진하는 점도 선진국 중앙은행이 위기감을 느끼는 요인이다. 중국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통화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디지털화폐가 본격 보급되면 선진국 통화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미국 달러 대신 위안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기축통화의 패권을 잡으려는 중국에 대항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그룹에 불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끌어들이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연준의 경우 CBDC 발행 가능성을 일축한 채 디지털화폐 발행 비용 및 이점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닛케이는 “선진국들이 공동연구를 추진한 데에는 디지털화폐 연구에 신중한 연준의 동참을 유도하려는 ‘무언의 압박’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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