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에서 500명 이상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울 명동 상권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명동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하루 평균 4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통상 설 연휴는 중국의 춘제(24~30일) 기간과도 겹쳐 대목 특수가 기대됐지만 올해는 감염 공포에 얼어붙은 모습이다.
이날 만난 명동 상점 직원들은 중국인 손님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 A씨는 “하루에도 수천명의 중국인 손님이 가게를 방문한다”며 “많은 손님이 쇼핑하러 오는 것은 좋지만 폐렴에 걸릴까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스포츠용품매장에서 일하는 이모(22)씨도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명동 상인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명동 상점 30곳 중 6곳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이한 미용제품 판매직원 B씨는 “어제까지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 최모(29)씨도 “가게에 손 세정제를 비치해 두고 직원들이 수시로 손을 씻는다”고 말했다.
명동에 위치한 백화점도 초비상이 걸렸다. 백화점은 야외와 달리 환기가 잘 되지 않는데다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다녀가는 장소여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서비스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비(非)식품코너 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어렵다. 신세계백화점은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전날 폐점 후 방역작업에 나섰고 롯데백화점은 직원용 손 세정제와 물티슈를 안내대나 창고 등에 두고 수시로 사용하게 했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명동의 한 백화점 판매직원 C씨는 “중국인 손님이 만지던 제품을 직원이 다시 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 꺼림직한 것은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명동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리우이(38)씨는 “내가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며 “중국에서 폐렴이 유행하면서 한국인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피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방역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사이트 옥션은 20~22일 마스크 판매량이 전 주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황사·독감 마스크는 71% 더 많이 팔렸고 손 소독제 판매량은 27% 늘었다. G마켓에서도 마스크는 직전 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21%, 손 소독제는 64% 판매량이 증가했다.
중국 여행 취소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에서는 이번주에만 중국 여행 취소 인원수가 각사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폐렴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1~3월 중국으로 출발하는 여행상품의 취소율이 20%에 육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