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 사는 주부 김모(63)씨는 올 설 연휴 기간 동안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펜션에서 청소 아르바이트(알바)를 할 예정이다. 직장에 다니는 딸은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을 가고 아들은 취업 준비로 집에 내려오지 않아 남편과 단 둘이 연휴를 보내게 돼 단기 알바라도 해서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예전에도 펜션이나 리조트 등에서 청소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설 연휴 4일 동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기로 했다”며 “연휴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것 보다는 용돈이라도 버는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최근 명절 기간 동안 단기 알바에 나서는 50~60대 장년층들이 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20~30대들이 카드대금을 갚거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 위해 연휴때 단기 알바에 나섰다. 최근에는 자식들이 취업 준비, 여행 등을 이유로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는 경우가 늘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증가하면서 여유 시간이 생긴 장년층들이 연휴를 활용해 알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주부 서모(65)씨는 이번 연휴에 펫시터(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사람)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강아지를 10년 동안 키운 경험이 있어 연휴 때 해외에 나가는 이웃 부부의 강아지를 돌봐주기로 했다. 서씨는 “아들 부부가 연휴 전주에 미리 집에 다녀가 설 연휴 동안에는 혼자 지내게 됐다”며 “뭔가 생산적인 일이라도 하고 싶어 애완동물을 돌보는 알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년층이 단기 알바에 나서는 것은 변화된 명절 풍경의 영향이 크다. 명절에 부모를 방문하는 자식들이 줄면서 홀로 혹은 배우자와 명절을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고, 이에 ‘연휴 때 용돈이라도 벌어야 겠다’며 알바 구하기에 나서는 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연휴 때 장년층을 필요로 하는 알바 수요도 느는 추세다.
장년층이 많이 하는 알바는 연휴 때 손님이 몰리는 떡집, 정육점, 휴게소, 식당 서빙·설거지 등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명절에 특수를 누리는 떡집 등이 단기 알바 공고를 많이 한다”며 “젊은층을 선호하는 가게도 있지만 경험이 많고 노련한 장년층을 원하는 가게도 있다”고 말했다. 한 레스토랑 점주는 “지난 추석 때 20대 젊은이를 채용해 설거지를 담당하게 했는데 기대만큼 일을 잘 하지 못했다”며 “장년층들이 책임감도 있고 더 성실하게 일을 한다고 판단해서 올 설에도 50대 아주머니에 설거지를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젊은 층이 많이 하는 배달, 편의점, 대리기사 알바에 나서는 장년층도 있는 추세라고 알바업계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