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상] 공수처? 수사권 조정? 文의 검찰개혁은 왜 비판받을까[썸오리지널스]




지난 수십 여년 간 한국은 ‘검찰 공화국’이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범죄부터 대통령의 비리 등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드는 대형 스캔들까지,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검찰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바뀔 전망입니다. 절도나 도박, 가정폭력 등 이른바 ‘민생 범죄’는 검찰이 아닌 경찰이 주로 해결하게 될 거고 정치인·고위공무원·법조인 등이 얽힌 권력형 비리나 부정부패는 신설될 공수처, 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담당하게 되죠. 검찰에 집중돼 있던 권력과 권한을 세 곳으로 분산해 서로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란 바로 이런 변화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변화에 축포를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크게 반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던 검찰의 힘이 약해지면서 검찰이 그동안 자행해왔던 △봐주기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반발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제 입맛에 맞는 사정기관을 두기 위해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 비판하죠. 구(舊)소련의 KGB 등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국가 비밀 경찰’ 조직을 만들어 ‘정권의 충견’을 양산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겁니다.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시선은 왜 이렇게 엇갈리는 걸까요.






■고위공직자 때려 잡겠다는 공수처에 ‘괴물 사정기관’ 우려 나오는 이유는?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존 액턴(John Dalberg-Acton)경이 1887년 성공회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 적었다는 이 문장은 한국에선 주로 검찰을 공격하는 말로 사용되곤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역시 검찰이 가진 절대 권력을 해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준비한 제도적 장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공수처’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입니다.



2019년 12월 30일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중 신설될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기소를 전담하는 기구입니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등 차관급 이상 정무직공무원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교육감, 장교, 판·검사 등의 고위공무원이 주요 수사 대상인데 이들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뇌물 △피의사실 공표 등 직무 관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앞으로 검찰 대신 공수처가 수사를 하게 되는 겁니다.

공수처가 신설되는 이유는 소위 ‘정치 검찰’이라고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동안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 즉 정권에 불리한 사건은 증거도 은폐하고 수사도 축소 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거든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일부 인사의 경우는 과잉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정권이 정적을 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을 부린다는 겁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식구(검찰)에게는 유독 온정적인 수사를 벌였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죠. 즉 공수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왔던 검찰을 대신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탄생 과정이 이렇기에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겠죠.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검찰개혁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연 새로 만들어질 공수처가 정말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요.

우선 공수처를 이끌 수장인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는 사안을 두고 공수처는 태생적으로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 정권에 유리한 사건만 처리하고 불리한 사건은 그대로 묻어버리는 ‘봐주기’ 수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검찰개혁 찬성파들은 공수처장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이 충분히 행사되기에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파는 후보를 내는 위원회 역시 친정부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기에 중립성을 지키기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수처장은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 중 6명이 동의한 2명의 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됩니다. 위원회 멤버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위원 2명 △야당 추천위원 2명 등으로 구성되죠. 여당 측은 야당 추천위원이 2명이나 있고 대다수 위원이 중립 위치에 있기에 친정부적 후보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당 측은 법무부장관이나 법원행정처장은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여당 측 인사나 다름없고 야당 추천위원이 2명 있다지만 이번 4+1 협의체(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합쳐진 협의체)에서 보듯 이 2명조차 친정부적 인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 이른바 ‘수사 통보 의무 조항’도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검·경이 권력형 비리를 알아차린 즉시 공수처에 알려야 한다는 건데, 여권은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악용될 소지가 상당히 높은 조항이죠. 만약 친정부적 공수처가 등장할 경우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 초기 가져가 대충 수사하다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검찰 측에서는 공수처 신설 법안이 논의되던 당시 이 ‘독소조항’을 반드시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죠.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판·검사를 포함함으로써 사법부와 검찰 독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불안의 요소입니다. 게다가 공수처는 정부부처에 소속된 기관이 아닌,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이기에 사실상 국회 견제도 어렵죠. 사정기관을 사정하는 슈퍼 갑으로 군림하며 검찰을 대신하는, 아니 검찰보다 더한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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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수사권 손에 쥔 경찰, ‘정치적 중립성’ 지킬 수 있을까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이 독점해 왔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쪼개 경찰과 검찰에 각각 나눠줌으로써 검찰의 힘을 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찰이 독자수사권을 갖도록 한 것인데, 이렇게 하면 둘의 관계가 대등해져 서로를 견제·감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야 했지만, 앞으로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경찰이 종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경찰에서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을 받고도 검찰에서 재수사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혐의를 벗을 수 있었는데 앞으론 이런 이중수사가 사라지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경찰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분명 혐의가 있는 사건인데도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종결해 버리면 억울한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만 봐도 경찰은 일명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모 총경에 뇌물수수혐의 등은 전혀 적용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렀습니다.



특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 국민의 불신은 깊습니다. 경찰은 이미 여러 차례 정권에 부합하는 수사를 한 바 있기 때문이죠. 강압 수사와 조작 문제가 불거진 화성 살인사건, 현 정부 실세를 수사하며 증거인멸·방치 의혹에 휩싸였던 드루킹 사건,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빚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이 대표적이죠. 경찰이 80년대 군부독재에 편승해 ‘국가경찰’로 군림했던 기억은 정말 끔찍합니다. 물론 검찰이나 경찰이나 똑같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직은 10만 명 이상으로 2,000명 수준인 검찰보다 50배 이상 거대하고 우리 삶에 훨씬 가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국민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이번 개혁 지지자들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통제장치도 마련해두었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고소·고발인과 피해자 등에게 30일 안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억울함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법률을 잘 모르기에 불안은 여전히 남죠. 또 뇌물죄처럼 피해자가 없는 사건은 경찰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묻힐 가능성도 큽니다. 경찰이 부실수사를 할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줬다고는 하지만 이 권리가 그저 ‘요구’에 불과하다는 점, 경찰이 검찰의 ‘요구’에 불응해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 등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검찰개혁 성공하려면 ‘보완’ 필요해, 국민 의견에 귀 더 기울여야

이번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는 분명 엇갈립니다. 우선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죠. 수십 년 간 논의돼 왔던 검찰 권력 집중의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라는 절대 권력의 빈자리를 공수처와 경찰이라는 새롭고, 더욱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큽니다. 세 개의 수사권력이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고받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피로도와 고통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죠.

정부와 여당은 검찰개혁에 이어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개혁도 실시, 경찰 권력 비대화를 막는 한편 공수처의 비판여론(수사 통지 의무 조항 등)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은 이제 막 시작점을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이 변화가 모두에 이로운 진짜 개혁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그림=김한빛인턴기자 onelight@sedaily.com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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