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에게 꼭 맞는 고혈압 지침 개발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 저의 의지입니다.”
27일 취임 8개월 차를 맞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대서울병원에서 만난 편욱범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 연구에 대한 목표를 밝혔다. 고혈압 환자에겐 적절한 운동방법, 식단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까지 이러한 지침은 해외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 전부여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편 이사장은 “일본만 해도 고혈압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그런데 일본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짠 음식을 많이 먹는다든지 국내 특수성이 있는데 해외 지침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 고혈압 연구가 활성화 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고혈압 연구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몇 십억에서 몇백억 단위의 연구비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정부 지원 연구는 심근경색증 등 생명에 직결되는 질환에 집중돼 있단 것이다. 편 이사장은 “그나마 지난 1월 이탈리아계 다국적제약사 메나리니그룹의 국내 법인인 한국메나리니가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네비보롤을 복용한 한국인 고혈압 환자 3,250명을 분석해 수축기 혈압이 10mmHg이상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면서 “한국인 대상의 첫 관찰연구 결과인 만큼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사기업이 진행한 것인 만큼 정부 주도 연구에 비해선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학회는 젊은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세계 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자 한다. 편 이사장은 “젊은 연구자들과 시니어 교수들을 연결해주는 여름 캠프 또는 여름 워크숍을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이미 유럽에선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빠르면 올해부터 시작하려고 하고 유럽이나 미국 고혈압 학회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 질환의 제대로 된 인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국인 사망 원인 4위는 뇌혈관 질환인데 고혈압이 바로 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선행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전 세계 사망에 대한 위험 요인 1위가 바로 고혈압일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고혈압의 진단 기준인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 병원에 가서 약을 복용하는 등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냥 두면 해결 될 것’이란 잘못된 인식 속에서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집에서 몸을 관리하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편 이사장은 “운동을 30분~40분씩 매일 하고, 짠 음식을 멀리한다고 해도 180mmHg 이었던 환자의 혈압이 5~6mmHg 정도 떨어지는 식”이라면서 “약을 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지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