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애브비가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미국 현지가격을 올해 7.4%나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자 특허 기간 만료전으로 아직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판매가를 끌어올려 매출 하락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브비는 올해 휴미라의 판매가격을 전년 대비 7.4% 인상했다. 이는 250개 의약품의 평균 가격 인상 폭인 5.2%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이다. 휴미라의 연도별 가격 인상 폭을 살펴보면 △2017년 8.4% △2018년 9.7% △2019년 6.2%이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의 약가 인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공세가 격화되자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매출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라고 전했다.
실제로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종료된 2018년 10월 곧바로 현지에 출시된 삼성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브비 역시 삼성에피스와 암젠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매출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유럽 입찰가를 최대 80%까지 인하했지만, 이들 업체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업계에서는 휴미라의 미국 현지 특허가 풀리는 2023년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매출 23조원 가운데 3분의 2가 미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현지 시장 선점이 매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에피스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시판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셀트리온은 현재 ‘CT-P17’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휴미라의 특허가 풀리게 되면 애브비는 물론 다국적 기업들과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라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