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널리 활용돼 왔던 ‘애자일(Agile·민첩한)’ 방식이 4차 산업혁명에 걸 맞는 혁신에 목마른 국내 대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LS그룹에 따르면 LS그룹은 지난해 도입한 애자일 경영 방식이 적용된 계열사 사업들의 성과를 측정해 올해 그룹 전반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날렵한’ ‘민첩한’이라는 뜻의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시, 문서 작업이나 설계에 집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짧은 주기를 두고 끊임없이 시제품을 만들어 사용자 검증을 통한 수정과 개발을 반복하는 방식을 이른다. 미국을 움직이는 5대 IT 기업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성공 기반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LS는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애자일 경영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미래 혁신단’을 이끌며 애자일 방식을 계열사에서 테스트 하고 있다. LS산전(010120)에서는 스마트 공장 플랫폼과 스마트 배전 솔루션 분야를, LS엠트론에서는 사물인터넷을 도입한 트랙터 서비스에 해당 방식을 적용해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애자일 2팀’은 지난해 대표이사 직속 기구로 신설된 디지털사업추진단 소속으로 말단 사원부터 부장급이 수평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구자균 LS산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팀은 LS산전의 스마트 공장 운영 플랫폼 ‘테크 스퀘어’를 현실화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LG그룹은 최근 LG포럼에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를 초청해 ‘디지털 시대의 애자일 혁신’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는 등 그룹 문화에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CES 직후 임원 회의서 올해 사업 기조로 “민첩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GS 회장도 신년사서 애자일 경영을 강조하는 등 애자일에 주목하는 기업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SDS는 5년 전부터 애자일 경영 방식을 도입해 이미 일정수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ACT(Agile Core Team) 그룹은 처음 6명에서 시작해 현재 1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일하는 문화의 수평적 전파를 선도하는 개발역량사무국과 클린코드 기반의 개발을 주도하는 코드품질그룹으로 이뤄진 ACT는 전사의 품질, 디자인, 사업, 개발 조직들과 협업하며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ACT 내 PM(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파티션 없는 한 공간에서 상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한다. 상품 개발 전 공정에서 고객 검증을 거쳐 진행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능 개발에 시간을 쫓기지 않아도 되고 온전히 상품 중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삼성 SDS는 솔루션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에 해당 방식을 순차 적용하고 있다. 고객 요구 사항에 대해 빠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었고 성과를 확인한 임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면서 사내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소규모 조직에 적합한 애자일 방식을 조직 문화에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앞서 기업들은 직급 파괴와 보수 체계 개편,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3월 직원 직급 체계를 전면 개편해 총 5단계로 간소화했고 LS는 임원 이하 직급을 3단계로 줄였다. 이미 직급을 간소화한 SK(034730)그룹은 올해부터 보수 체계를 직책과 성과 위주로 개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