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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순수예술, 경계를 넘나들다

BTS, 현대무용단과 아트필름 제작

아이유는 시집 형태로 앨범 발매

교향악단, 게임과 콜라보 공연도

대중문화, 새로운 표현수단 확보

순수예술엔 젊은층과 교감 효과

그룹 BTS./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그룹 BTS./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콘텐츠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신곡과 함께 뮤직비디오 대신 ‘아트 필름’을 공개했으며, 가수 아이유는 문학 장르인 ‘시’의 콘셉트를 차용한 미니앨범을 선보였다. 순수예술 쪽도 영역 파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인기 팝 가수의 곡을 기반으로 창작 안무를 선보여 눈길을 끈 데 이어 올해는 교향악단과 게임의 콜라보 공연이 국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대중문화는 새로운 표현수단을, 순수예술은 대중들, 특히 젊은 층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 있다.

그룹 BTS의 정규 4집 ‘맵 오브더 솔:7’의 선공개곡 ‘블랙스완’ 아트필름 스틸컷./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그룹 BTS의 정규 4집 ‘맵 오브더 솔:7’의 선공개곡 ‘블랙스완’ 아트필름 스틸컷./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17일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의 선공개곡 ‘블랙스완’을 공개했다. 화려한 안무로 전 세계를 ‘BTS신드롬’에 빠지게 한 그룹이 신곡과 함께 내놓은 것은 뮤직비디오 가 아닌 ‘아트 필름’이다.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격인 마사 그레이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곡의 아트 필름에는 BTS 멤버 대신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가 등장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신곡이 “예술가로서 숨겨둔 그림자와 마주한 그룹의 고백을 담았다”며 “현대무용단과의 협업으로 곡의 정서를 한층 더 예술적인 감성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미학적인 시도를 통해 BTS의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 것이다.

BTS는 각국의 미술가들과 세계 5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하는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CONNECT, BTS)도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 전시를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지난 29일 개막한 서울 전시에서는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설치작품과 BTS 안무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 작가 강이연의 영상 작품이 공개된 바 있다.

가수 아이유./사진제공=카카오엠가수 아이유./사진제공=카카오엠


가수 아이유의 미니5집 ‘러브 포엠’./사진제공=교보문고가수 아이유의 미니5집 ‘러브 포엠’./사진제공=교보문고


서정적인 가사로 인기가 높은 가수 아이유는 지난해 11월 정형적인 CD 음반을 벗어나 문학작품 형태의 신보 ‘러브 포엠(사랑 시)’를 발매했다. 수록곡들의 가사를 시처럼 편집해 담은 음반에는 책갈피와 함께 쪽 번호까지 적혀있어 한 권의 시집을 연상시킨다. 아이유는 앨범 소개에서 “모든 문학에서 해석의 제한이 가장 자유로운 건 시라고 생각한다”며 “작가의 순정만 담겨있다면 어떤 형태든 모든 것이 시적 허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가 순수예술을 끌어안는 현상에 대해 “K팝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이제는 예술로 발돋움하려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다른 장르와의 융복합 시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창작자 입장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수단을 찾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교차하다 보니 대중과 순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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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만 순수예술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1월 국내 최초의 ‘게임콘서트 LoL’를 열기 위한 준비를 벌이고 있다. 콘서트는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의 영상에 KBS 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곁들인 융복합 미디어 공연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국립발레단이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그래미 시상식에서 본상 4개 부문을 휩쓴 미국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의 곡 ‘배드 가이’를 소재로한 창작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대중문화는 이전부터 가볍고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뒤따라왔고, 순수예술은 높은 평가에 비해 항상 소비자에 목말라해왔다”며 “각자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영역은 오랜 시간 분리된 채 평가받아왔지만 과거에는 두 분야의 구분이 없었다. 대중과 순수 모두 ‘예술’이라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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