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영수증의 의무 발행 폐지가 다음 달 중순 시행으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감열지 업체와 유통업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논리적 허점이 있는 환경보호와 비용 경감을 명분으로 제지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일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영세한 감열지 유통 업체들은 “이번 조치의 백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 3년 시행을 연기하라”는 입장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종이영수증 발급 관행 개선’을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전날을 기점으로 마무리됐다. 이 시행령 개정안에는 종이영수증을 의무발행하던 것을 앞으로는 전자영수증 발행도 가능하도록 바꿨다. 종이영수증의 의무 발행에서 선택발행이 된 셈이라 앞으로 종이영수증이 대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조치로 연간 1,2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월 첫주 국무회의에서 이 안건을 처리한 뒤 이달 중순 곧바로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감열지 제조사와 유통업체, 단말기 밴사 등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점. 특히 제지 업계는 정부의 제도 추진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임원은 “종이영수증에 사용 종이는 천연림 벌목이 아닌 인공조림지에서 조달해 환경에 아무런 위해가 없다”며 “전자영수증으로 대체 시 해킹 우려도 따른다”고 말했다. 유창준 인쇄문화협회 전무도 “영수증과 포장인쇄물 등 생활밀착형 인쇄물을 생산·유통하는 곳은 대략 3,000여 개사로 근로자는 1만 2,000여 명”이라며 “아무리 편리성과 비용절감이 중요해도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을 밀어붙이듯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연간 1,2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정부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전자영수증을 받는 소비자에 데이터 정보통신 요금이 부과될 수 있고, 시스템을 바꾸는 데 따른 비용 등이 발생해 자영업자의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감열지 유통사와 단말기 밴사의 위기감은 더 크다. 국내 유일의 감열지 업체인 한솔제지만 해도 다른 사업부가 있지만, 이들은 사실상 절벽 끝에 선 형국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상생을 외면한 시행령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며 “만약 이게 어렵다면 업종 전환을 위한 시간 확보 차원에서라도 3~5년은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