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사모펀드 이대론 안 된다] 유동성 적은 자산에도 '개방형' 남발…내부통제는 낙제점

<상> 내실 없이 덩치만 급성장

418조 설정액 '개방형' 절반 육박

'언제든 자금회수' TRS도 취약

자산운용사 4곳 1곳 소규모

준법감시인 채용 조차 어려워

3015A06 사모펀드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라임사태와 알펜루트 펀드 상환 중단이 끝이 아니라 이제 ‘혼란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육성책이 깐 판 위에서 운용사와 판매사의 제어되지 않은 탐욕이 사모펀드의 ‘내실 없는 급성장’을 초래했다. 특히 사모펀드 시장으로 자금이 물밀듯 들어올 땐 드러나지 않았던 취약한 운용구조, 부실한 투자자산, 허술한 리스크 관리의 문제점이 유동성 공급이 줄어든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펀드구조…‘개방형’ 펀드 남발= 최근 사모펀드 사태는 불법적인 펀드 운용과는 별개로 취약한 펀드 운용구조가 가장 문제로 꼽힌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사모사채, 메자닌, 비상상장주식과 같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매가 언제든지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418조3,884억 중 개방형이 43%, 폐쇄형이 57%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개방형 펀드 규모가 62%에 달한다.


이런 취약한 구조는 일부의 환매가 ‘펀드런’를 촉발하고, 이는 대규모 환매 연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대표는 “비유동성 자산 투자를 위해선 2~4년씩 폐쇄형 펀드가 적합한데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펀드 규모를 키울 욕심에 개방형 펀드를 만들고 있다”며 “만기가 짧으면 여러 번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판매사들도 이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토탈리턴스와프(TRS)를 통한 레버리지도 취약한 펀드 구조에 한몫을 한다. 사실상 언제든지 TRS증권사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알펜루트 환매연기 사태 역시 TRS 자금상환에서 비롯됐다. 운용사 관계자는 “TRS는 계약을 3개월~ 1년 단위로 짧게 하지만 그동안은 지속적으로 차환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한 곳에서만 회수에 나서도 전체 펀드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운용사…내부통제는 ‘낙제점’=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문제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를 보면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는 내부 통제를 위해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 운용사들의 경우 준법감시인 채용부터 쉽지 않다. 운용사는 급증한데 반해 검증된 인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준법감시인을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뒷받침하는 조직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통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1명의 준법감시인을 두고 그 아래 10여 명으로 구성된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꾸려 상호보완하도록 한다”면서 “하지만 10명 이내로 만들어진 준법감시를 조직적으로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회원사로 등록된 275개의 자산운용사 중 인력 구성이 10명 이하인 운용사의 비중은 약 26%에 이른다.

느슨한 준법감시인 자격 요건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준법감시인의 자격으로 은행, 금융투자업자, 보험사 등 금융감독원 검사대상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는 조건만 뒀을 뿐 경력에 대해서는 요건이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영업만 담당하던 인력이 전문사모운용사의 준법감사인으로 가는 사례도 있다”면서 “과연 이들이 펀드 리스크 관리 역할을 얼마나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혜진·이완기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