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언제까지 매뉴얼도 없이 갈팡질팡 할건가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장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국무총리실 상황관리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이 뒤엉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우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을 보면 대책기구 간에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상자 수가 3,000명을 훌쩍 넘는데다 이 가운데 연락처 확보와 소재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만도 1,800명이나 된다.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 네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의 접촉자 수에 대해 평택시와 질병관리본부가 100명 가까이 차이 나게 발표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우한 폐렴은 현재 무증상 전파 가능성에 2차 감염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감염되는 2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2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계적인 방역대책을 세워 물 샐 틈 없는 방비에 나서도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는 정부 내 대책기구가 업무분장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면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음달 초가 되면 춘제(중국 설)를 고향에서 보낸 중국인 유학생과 간병인 등 약 10만명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전국 초중고교는 이번주부터 줄줄이 개학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방역망을 뚫고 감염환자가 발생하고 확산된다면 감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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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와 메르스 등 엄청난 속도로 퍼지는 감염병을 거치고 나면 우리 정부는 어김없이 방역체계를 다시 점검해 완벽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를 보면 그때 한 다짐은 모두 말뿐이었다. 정부는 위기대응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방역체계의 전권은 질본에 주고 청와대·국무총리실·복지부 등 정부는 수습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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