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에 이어 KDB산업은행 노조도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 정부의 친(親)노동 기조를 등에 업고 노조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경영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다. 이들 기관이 잇따라 노조추천이사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앞으로 노동계의 경영권 개입이 금융권과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산은 노조 고위간부는 30일 “노조 집행부 교체를 계기로 노조추천이사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금융 공공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파급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노조와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산은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집행부 이취임식을 열었다.
특히 산은은 오는 3월28일 최방길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5~7월 줄줄이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어 노조추천이사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산은 노사는 지난해 1·4분기에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산은 관계자는 “신임 노조 집행부가 공식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요청해오면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근로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대안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은과 산은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려면 행장(산은은 회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노조가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막강한 기득권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면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지연되면서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이태규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