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들을 이송하기 위한 전세기가 30일 밤 우여곡절 끝에 투입됐다. 현지 우리 교민들은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 차원에서 갑자기 도시 봉쇄령을 내리면서 오가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었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우리 교민들을 데리고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세기 투입은 당초 예상 스케줄보다 지연됐고 이송 계획도 여러 차례 수정됐다. 중국 정부의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정교하지 못한 외교가 국민 불안을 키웠고 우리 정부의 중국 중시 외교정책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홀대하고 있는 현실이 또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와 정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한 대씩 모두 두 편의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새벽 주우한총영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한 교민들에게 출발이 지연됐다고 긴급 공지했다. 돌연 변경된 계획으로 우한 현지 교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오전 정부 발표 과정에서 전세기 투입도 두 편에서 한 편으로 축소 정정됐다.
후속 계획도 연이어 급하게 변경됐다. 전세기 투입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부가 탑승자 간 전염을 최대한 막기 위해 좌석 간격을 두려 했던 원래 방안 대신 모든 좌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수정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세기 출발 시간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이날 오전 출발) 추진방향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나왔고, 그런 상황”이라며 당초 계획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중국 측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한 내 외국인들의 대거 이탈이 자국 내 민심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일본은 우한에 고립된 자국민을 이미 수송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적으로 홀대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홍콩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문제 등에서 친중 기조를 유지해왔다. 또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500만 달러 상당의 긴급 중국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선 미국과 일본이 (전세기) 발착 몫을 배정받았다”며 “중국이 어떤 나라를 중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귀국한 우한 교민들은 곧 바로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14일간 격리된 채 감염 여부 등을 정밀 검사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