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에 대한 형을 확정받지 못해 결국 3·1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3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직권남용 혐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여파다. 하지만 늦어도 내달 선고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4·15 총선 전에도 결론을 못 낼 일정이 잡혀 일각에선 사법부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1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기일에서 “30일 김 전 실장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때문에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별히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 직권남용이 아니라면 과거엔 상황 보고 과정 등이 달랐던 것인지에 대해 양측이 주장을 정리하고 필요한 증거를 내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음 재판을 3월25일 오후 4시10분으로 정했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고작 9분 만에 끝났다. 지난 15일 첫 공판은 5분 만에 종료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3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법정에 몰려와 재판 직후 “무죄 석방”을 외치고 재판부에 욕설을 퍼부었다.
법조계에서는 다음 재판 역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형이나 박 전 대통령 측 최종변론을 듣는 결심 공판이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이 경우 최종 선고는 4월15일 총선을 훌쩍 넘은 시기가 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이 장기화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3·1절 특별사면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면 대상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 해당된다. 박 전 대통령이 형을 확정받은 사건은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된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첫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29일 “뇌물 혐의는 분리해 선고하라”며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첫 2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은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 가운데 34억5,000만원은 국고손실 혐의로, 2억원은 뇌물 혐의로 분류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2개월가량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서울구치소로 복귀해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