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제조업 부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닌가

제조업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은 72.9%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67.6%)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능력도 전년 대비 1.2% 줄어든 101.9로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12월에는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고 하나 기저효과에 그쳤을 뿐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제조업은 여전히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데도 정부는 제조업 부진을 ‘조선업 구조조정 탓’이라며 ‘올해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경기개선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확실한 경기반등의 모멘텀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짝 오름세로 돌아선 일부 산업지표만 보고 섣부른 낙관론을 편 셈이다. 심지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애플·GM 등 중국 현지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자동차 업계는 국내 공장마저 부품수급난으로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2003년 사스가 서비스 분야 위주로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제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을 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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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국내 기업의 공장도 세워야 할 판이다. 수출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제조업 침체로 이어진다면 경제에 미칠 피해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0.7%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막연한 낙관론을 펼치기보다 반도체경기 회복 지연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미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고 부품재고를 확보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지금은 절대 상황을 안이하게 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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